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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 포기하지 않으면 만나는 것들
김호연 지음 / 푸른숲 / 2025년 3월
평점 :
※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의 추천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김호연, 푸른숲>를 읽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만나는 것들이라는 부제가 있다. 김호연 작가는 이 시대 가장 유명한 소설 중의 하나인 <불편한 편의점>을 쓴 작가다. 이 책은 토지문화재단의 레지던시 지원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3개월간 묵으며 쓴 글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닌데 소설 같은 길이 책 속에 있다. 주로 주인공 내면의 울림인데 녹음하듯 꼼꼼하고 야무지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주인공은 텅 빈 노트북에 '돈키호테'와의 이야기를 담아오겠다는 다짐으로 마드리드로 떠난 김호연 소설가다.

작가의 속마음도 들을 수 있다. 어느 볕 좋은 가을날의 저녁 시간쯤에 작가가 집 문을 열고 환영하는 느낌처럼 편안하다. 이를테면 58쪽의 "궁극적으로 문학관이란 작품과 나와의 독대를 위해 가는 것. 그럼에도 문학관에서는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다."와 같은 문장이나 60쪽의 "소설가에게도 은퇴라는 말머리를 붙일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계속 쓰는 한 그는 언제까지고 소설가일 것이다."와 같은 문장은 친구가 하는 다정한 말 같았다.
와인에 대한 생각도 그렇다. 스페인 사람들은 와인을 좋아하는데, 본인들이 먹기에도 부족해서 수출량이 적어 덜 알려진 탓에 저평가된 것 같다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했다.

작가는 한동안 머물다 떠나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마드리드의 일상을 지내고 싶어 했다. 아침 조깅을 하는 장면은 그 도시에서 삶을 살아가는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큰 틀에서 보면 누구나 여행자이고 주인공이며 타인이다. 글쓰기의 정체기에서 마드리드로 떠난 작가는 이 시절을 견디고 마침내 <불편한 편의점>을 썼다.

무엇보다도 마드리드 3대 미술관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피카소와 몬드리안, 칸딘스키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았다는 한 두 줄의 문장만으로도 그림을 본 듯 마음이 설렜다. 그리고 책을 좋아해서 책과 친해진 어린 시절 이야기가 82쪽에 있다.
어린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다는 것은 멋진 과거다.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도 읽기를 광적으로 좋아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고 문장을 수집하는 공통점만으로도 나는 행복해졌다.

출판사 생활 4년간 나는 책 만들기를 배웠고, 이야기를 구상했으며,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다시 전업 작가가 되고 나서도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썼으며 마침내 직접 쓴 책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 신비한 과정과 온전한 선순환을 어찌 다 표현하랴. 젊은 시절 세르반테스는 길거리에 떨어진 종이 쪼가리에 쓴 글귀도 주워 읽을 정도로 활자 중독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였기에 도피자로, 군인으로, 세금 징수원으로, 죄수로 살면서도 책을 멀리하지 않았고 마침내 인생 말년에 <돈키호테>라는 명작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책은 인생 항로의 나침반이고 지도며, 돛대이자 닻이었다. 83쪽
오늘도 한 줄을 못 썼다. 그러나 쓰려고 애쓰며 하루 몫의 삶을 충실히 살아 냈다. 침대에 누우며 내일은 한 줄이라도 써야 한다는 적당한 강박을 느낀다. 정상이다. 글쓰기의 강박이 없는 작가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일 아침엔 집필 강박과 숙취가 잘 버무려진 채로 하루가 또 시작되겠지. 다행히 내일의 태양은 떠오른다. 세계 어느 곳보다 강렬하게. 이곳은 태양의 나라 스페인이고, 태양의 광장을 품고 있는 마드리드니까. 154쪽
글쓰기란 머릿속 생각이 가슴을 거쳐 손으로까지 내려와 종이로 옮겨지는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매일 머리에서 쓰고자 하는 생각과 혼을 끌어모아 입으로 내뱉지 말고 속에서 되뇌며, 가슴으로 숙성시켜 팔을 통해 손으로 전달하면, 마지막으로 손이 그것을 감당하느라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리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공정이다. 219~220쪽
어쨌거나 나는 고칠 수 있는 원고를 가진 사람이 됐다. 나는 그런 이를 작가라고 부른다. 226쪽

나는 마드리드에 있는 세르반테스가 살던 집이나 그의 작품 속 돈키호테를 함께 둘러본 것 같았다. 미래의 어느 날에 훌쩍 인천공항을 떠나 그 장소에 간다고 해도 낯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읽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글감에 허덕이거나 글의 길에서 방향을 잃은 작가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삶의 갈림길에서 잠시 서 있을 때 읽으면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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