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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 나태주의 일상행복 라이팅북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12월
평점 :
※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의 추천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는 나태주 시인의 필사책이다. 나태주 시인은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 교장 선생님으로 퇴직한 후 2014년부터 공주에서 나태주 풀꽃문학관과 풀꽃 문학상을 제정하고 운영 중이다.

이 책은 마치 내가 기다리고 있는 카페에 문을 열고 들어선 반가운 사람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겨울 외투 같은 견고한 띠지를 벗긴 책은 나무의 생명이 느껴질 것만 같은 질감이 언뜻 느껴진다.

손 글씨로 쓰인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의 주황빛 캘리 그라피가 반짝이며 미소 짓는 표지가 예쁘다.

4개의 꼭지에 20여 수의 시가 빼곡한데 여백의 오른쪽 페이지가 다정하다. 비어 있지만 기대감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나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을 읽으며 자존감을 지키고 단단하게 지내왔다고 말하고 싶다. 앞이 보이지 않던 어느 날 풀꽃을 읊조리며 나를 다독이고, 여미며 성장했다.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시가 또 있을까 싶다.
풀꽃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2쪽
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24쪽
풀꽃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26쪽

마침,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겠다는 나와의 약속하던 날에 펼친 물결무늬의 공간에는 내게 말을 건네는 것 같은 시 <오늘의 약속>의 후반부가 나와 있었다.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34쪽
시를 읽으면 너무 좋아서 베껴 쓰고 싶어진다. 어디에 베껴볼까 이런저런 공책이나 종이를 찾다 보면 막상 시가 전달하던 그 향긋함이 사라져있기가 일쑤다. 그 마음을 나태주 시인은 알고 있다. 시집의 한쪽 여백을 손 글씨로 마음을 적어보라고 내주었다. 시인의 친필 글씨가 다정한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일상 행복 라이팅북에서 이런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하고
보듬어 껴안아 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272~274쪽

마음이 허전하고 슬프거나 혼자 있어 외로울 때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필사하며 견뎌보기를 권한다. 사람이 너무 큰 일을 겪으면 방향을 잃어 앞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럴 때 그냥 손에 잡히는 필기구로 조용히 한 자씩 시를 베껴 써 보면 비로소 눈물도 나고 인생 별거 다 거기서 거기라고 힘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너무 삶이 평탄해서 못 견디게 단조롭고 지루해지면 지그시 시를 음미하다가 베껴 써도 좋을 것이다. 사람이 자기 자신과 만나는 여러 지름길이 있는데 시를 필사하는 것도 그 방법의 하나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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