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뒤흔든 21가지 비극 애사
이수광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부인. 이제 그만 잡시다.

아직 인정(10시경)도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밤에 자야 한다오. 우리가 어디 올빼미요?

주경야독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낮에도 책을 읽었소. 이제 자려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오.

저에게 숙부인 첩지를 받게 해주실 건가요?

물론이오. 내 반드시 당상관이 되어 숙부인 첩지를 받게 해주겠소.

그럼 태만하지 마셔야죠. 당신이 그러면 저의 숙부인 첩지가 늦어진답니다.

 

등불을 밝히고 허균은 책을 읽고 부인은 옆에서 바느질을 했다.

젊은 부부가 책을 일고 바느질을 하면서 밤을 새울 수는 없다.

허균은  하품도 하고 부인을 힐끔거리기도 하면서 공부를 하지 않고 딴청을 부렸다.

- 본문 중에서 - 

21가지 애틋한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지만

저는 첫번째이야기가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읽는 동안 저 부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려지는 듯 했습니다.

공부를 소홀히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남편을

애교섞인 말로 질책하는 여인. 부인도 남편도 소박한 행복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소박한 행복이 오래가지 못했죠.

   
  당신과 오래 함께 살고 싶었는데.  
   

젊어 전쟁 중 사별한 부인을 허균은 오래도록 그리워했습니다.

광해군 1년에 허균이 형조참의에 제수되고 죽은 부인에게는 숙부인의 첩지가 내리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부인을 애통해하면서 손수 행장을 지었을 정도입니다.

그때와는 모든 것이 변해버린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어느 시대에나 사람은 사랑하고 살아가고 있을뿐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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