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이탈로 칼비노 전집 10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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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신은 항상 읽는다. 문을 나서 마주치는 풍경, 그러니까 발을 딛고 선 단단하거나 약간은 무른 지표면을 읽고 머리카락 몇 올을 뒤로 넘기는 선선한 흐름을 읽는다. '좋은 아침'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이웃의 눈빛이 있고 그와 동시에 당신은 그의 눈빛과 그 눈에 비친 세상을 읽는다. 어떤 의미에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끝임없이 읽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당신은 '여행자'가 되어 아직은 당신 것이 아닌 세상의 미지를 감각과 기호를 통해 당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 당신의 세계는 당신의 것이다. 나의 세계와 같을 수 없다. 우리가 모든 걸 '똑바로' 본다면 당신과 나의 세계가 한없이 닮아 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그건 불가능하다. 당신이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읽을 때 그 순간에 항상 끼어드는 '무엇'이 있다. 그때의 풍경, 기분, 기억, 감각 당신이 인지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모든 것이 당신의 시선에 섞여들어간다. 더군다나 당신의 시선은 내 시선과는 다른 것을 비춘다. 당신은 내가 지워버린 것을 보고 나는 당신이 지워버린 것을 본다. 그러니까, 당신은 무수한 상징과 기호의 세계를 산다는 말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는 읽는 것에 대한 책이다. 첫 장으로만 이루어진 열 편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는 '당신'의 이야기가 이 책의 골자를 이룬다. '당신'은 이야기를 읽고 이야기속 인물들은 자기와 타인 그리고 자신들이 사는 곳을 읽는다. 얼핏 보기에는 제각기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그들은 하나의 테마로 약간은 느슨하게 엮여있다. 깨진 유리처럼 파편화된 요소요소들은 어떤 양가적인 감정을 암시한다.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긴장 혹은 불안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읽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의 가능성이다.

어떻게 보면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는 이탈로 칼비노의 문학론을 소설의 형태로 담아낸 물건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파편화된 이야기들은 화자의 감정과 반복되는 장면 그리고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연속되고 그들은 또 '당신'과 당신에게 말을 걸며 책과 화자, 화자와 독자, 독자와 책의 경계를 흐린다. 삶이라는 하나의 연속성 아래에서 독서라는 행위에 개입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연결되고 교차되어 당신의 세계를 확장한다.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그러나 인간은 때로 암시를 통해 부분에서 전체를, 쓰인 것 이상의 의미를 읽어낸다. 하나의 이야기도 언제나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재한다. 모든 것이 어디까지를 지칭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읽는 행위'는 '모든 것을 말하는 이야기'를 가능케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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