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정리한 신들의 역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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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동안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에우리피데스/소포클레스의 작품과 《일리아스》를 읽었다. 내용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등장하는 인물과 신들이 워낙 많은데다 이들의 관계가 워낙 복잡해서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책 뒤쪽에 주요 인명/신명, 가계도 등의 내용이 부록으로 실려 있었지만 읽어도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린 시절 읽은 만화책이 전부인터라, 몇 가지 일화만 드문드문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번 달 도서 목록에 그리스 로마 신화 신박한 정리가 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저자 박영규는 대중 역사 저술가로,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를 통해 밀리언셀러 실록사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 외에도 30여권이 넘는 역사서를 집필하며 꾸준히 다작을 해왔다. 방대한 역사를 간결하고 쉽게 풀어내는 작업을 계속 해온 분의 책 답게, 방대한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해된다. 무엇보다 문장이 깔끔하고 간결해서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등장인물=제우스의 형제자매 및 여인들과 자녀들+제우스의 후손이 세운 왕가의 주요 인물+민간 전설 속 인물과 괴물

들어가며/ p.13.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물 구성이 무척 단조롭다고 썼는데, 잘 정리되어 있긴 해도 사실 너무 많은 인물과 낯설고 긴 명칭 때문에 여전히 복잡해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의 큰 장점은 각 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인데, 인물 이름이 반복 등장하다 보니 그저 읽다 보면 힘들이지 않고도 낯설었던 이름들이 친숙해진다. 책장을 덮고 나서 분명 복잡한데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보다 더 쉽고 간명한 이해를 위해 책 구성에 많은 노력을 들인 것 같았다. 인물들의 경우 각 인물 별로, 문단 별로 간결한 소제목이 달려있어 이해를 돕는다. 특히 2장 [제우스의 여인들]의 경우 인물의 이름 아래에 자녀 수와 이름을 함께 표시해 두어 쉽게 인물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했으며, 3장 [제우스의 아들들]의 경우 각 인물의 특징 및 주요 사건을 소제목으로 달아 두어 굵직한 글씨만 읽어도 어느 정도 인물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구성해 두었다. 또 5장 [제우스 후손이 이룬 그리스 왕가 이야기]에서는 헷갈리는 왕위 계승도를 설명에 앞서 표로 먼저 정리해줌으로써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장들은 아무래도 6장 [아르고호 원정대]와 7장 [트로이 전쟁 이야기], 9장 [그리스 로마 신화를 쓴 주요 작가 및 작품]이었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를 인상깊게 읽으며 메데이아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비극에서는 이아손과 코린토스로 도주한 후의 이야기부터 시작되기에 전사를 알지 못했다. 해당 장을 통해 이아손이 전보다 더 괘씸해졌으며(ㅎㅎ) 비극 속 내용 전후의 삶까지 알게 되어 좋았다. 또 7장 <트로이 전쟁 이야기>와 9장 중 호메로스를 다룬 부분을 통해 《일리아스》가 보다 명쾌하게 정리되었다. 10년의 트로이 전쟁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상태에서 《일리아스》 줄거리를 다시 보니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이 이해되었다.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 중 마지막 해의 51일간 일어난 사건을 서술한 작품이다./ p.286.)


책에 써있듯 서양 문화를 구성하는 두 축은 히브리즘과 헬레니즘으로, 헬레니즘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기반으로 한다. 식물의 이름, 다양한 나라의 지명뿐만 아니라 각종 용어의 어원에서 우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다양한 예술과 학문 분야에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발견한다. 따라서 신화를 알면 내 눈에 들어오는 세계가 더 넓어진다. 살면서 한번쯤 정리해두면 좋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기왕이면 재밌게 읽고 싶은 분들, 많은 시간을 들이기 부담스럽고 신화의 내용을 전체적인 그림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멀리하던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가계도가 헷갈리거나 문학 작품을 읽는 중에 알듯 모를 듯 한 신화 속 인물이 등장할 때 언제든 꺼내어 볼 책이다. 이토록 단순 명쾌하고도 탄탄한 설명이라니, 저자분께 고마워지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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