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음식들 -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
댄 살라디노 지음, 김병화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책인데 내용도 좋다. 저자 댄 살라디노는 BBC기자이자 음식 저널리스트다. 잘 읽히는 데다 내용이 짜임새 있는 것도 이 때문일테다. 음식의 역사적인 흐름을 톺아볼 뿐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까지 다룬다. "나는 댄 살라디노의 저널리즘이 가진 폭넓은 범위와 열정을 오랫동안 존경해왔다"는 해럴드 맥기의 평이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야생, 곡물, 채소, 육류, 해산물, 과일, 치즈, 알코올, 차, 후식 총 10개의 목차로 나뉘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이(정확히는 다양한 종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다음에는 생태계의 경이로움에 놀란다. 각 음식에 얽힌 매력적인 이야기는 도시의 편의성에 익숙해진 나를 자연과 잠시나마 연결해 준다. 그리고 세계적인 식량 위기라는 당면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책에서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재래 음식(품종)을 소개한다. 각각의 음식은 뛰어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각 풍토에 맞게 ‘길들임’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런 품종들은 엄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특정 바이러스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면역력이 강하다. 이렇게 적응 과정을 거치면 특별한 생김새와 풍미, 향을 지니게 된다. 같은 밀이어도 다채로운 맛이 나는 이유이다.

지구의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기에 앞으로 더 많은 식량이 확보되어야 한다. 볼로그의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생산성이 극대화된 품종을 개발하여 실제로 곡물 생산량이 세 배로 뛰었고 그에 따라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식량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방식이 모든 동식물에 가해졌다. 현재 우리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의 식재료가 단일 품종으로 획일화 된 이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녹색혁명은 식량난을 촉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빈곤과 기아에서 탈출하게끔 하려던 시도는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단일경작은 많은 물과 화학 비료를 필요로 한다. 동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좁은 우리에 갇혀 약물을 투여 받는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바이러스와 해충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볼로그는 자신의 방법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세계는 이 시스템에 갇혀 버렸다.

단일화 되고 있는 입맛 또한 균질화를 촉진한다. 우리는 누구보다 다양한 음식을 누리며 살고 있는 듯 하지만, 실은 전 세계에 동일한 방식으로 확산되는 똑같은 종류의 '다양성'임을 깨달아야 한다. 온 세계가 사서 먹는 것이 갈수록 더 똑같아진다.(p.19.) 생각해보니 우리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로 한 지역의 발전 정도를 가늠하며,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맛을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는 틀림없는 비극이다. 하나의 입맛에 길들여진 우리는 각 나라에 있는 고유한 음식의 맛을 잃어가고 있다. 살라디노는 우리의 입맛이 점점 달콤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쓴맛과 신맛은 사라지고 있다.


1950년대에 주스 산업이 성장한 뒤로는 전 세계에 운반될 수 있는 더 크고 달콤한 오렌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들이 선택한 오렌지 품종은 쓴맛을 내는(건강하게 해주기도 하는) 복합물인 페놀 도수가 낮다. 이는 그런 품종이 점점 더 달콤해지는 세계적 입맛에는 맞았지만, 세계의 작물을 질병과 해충에 더 취약하도록 방치했음을 의미한다.

<메망나랑>, p.86.


한편 책을 통해 음식과 생태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알게 된다. 하드자 꿀, 카발자 밀, 바이슨 등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자연과 너무 멀어진 삶을 살고 있구나 싶었다. 세계에는 다양한 기후와 지형이 있다. 그리고 각 환경에 맞는 삶, 문화, 음식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화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스케르피키외트는 페로 제도의 기후와 특별한 생활 양식이 녹아 있는 음식이다. 이곳은 어떤 식물도 자랄 수 없고 해무에는 소금기가 가득하다. 지형의 특성을 활용해 바람이 통하도록 앞뒤로 문이 트여있는 공간에 양고기를 매달아 자연의 소금기와 바람으로 발효시킨 이 음식은 페로 제도의 소중한 영양원이다.


외부인은 우리가 고래와 야생 새를 죽인다고 비난하며, 썩은 양 같은 걸 먹는다고 비웃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동물을 죽이고 그 고기를 먹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진실을 아는 사람입니다.

<스케르피키외트>, p.235.


현대인의 삶은 생태계와 거의 끊어져 있다. 책에는 사라져가는 음식을 보존해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여러 재래 품종 씨앗을 수집하는 사람, 토착 음식을 보존하려는 요리사 등 이들로부터 음식과 생태계를 대하는 태도를 배운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의 우리는 과거에 자연과 맺었던 방식에서 혹은 여러 토착민들의 삶에서 배울 점이 많다. 현재의 식량 시스템은 반드시 바뀌어야 하며,사라져 가는 다양성을 회복해야 한다.


다양성은 우리 미래에 필수적이다.

p.22.

우리가 먹는 음식과 우리가 존재하는 생태계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해야 한다.

p.555.

우리의 삶과 미래를 위해 모두가 읽어봤으면 좋겠다. 특히 환경과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 좋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