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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200쇄 기념 한정판)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나의 무지는 도대체 얼마나 깊고도 많은가...
고등학교 1학년때.
약간 운동성향(데모에도 나가 보았을 법한)의 크게 보이던 선배
그래봐야 1년 선배(당시에는 왜그리 1년만 선배여도 엄청 큰 산처럼 느껴졌었는지....)인
고등학교 2학년 선배가 권해주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난 읽지 않았다.
왜냐구...
건 머. 선생님이 하라고 해도 잘 하지 않았던 놈이구 ㅋㅋ
책이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고..
조세희씨가 썼다고..
난 여자인 줄 알았다.....
1978년에 첫 출판되었으니
작년에 출판 30주년이 되어 기념낭독회 및 헌정식(침묵과 사랑)이 있었다.
우리문학사에서 가장 먼저 200쇄를 펴낸 책이 바로 "난쏘공"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의 이미지를 찾아보았지만 어려웠다.
1994년 9월 10일 / 6쇄본인 문학과 지성사 판
황토색 표지디자인에 붉은 색으로 씌여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제목.
알라딘에서 사람들의 한 줄 평가를 보니
오랜시간 사랑받는 데 대한 이유가 있다는 평가와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어렵다.
나는???
읽는 족족 제까닥 이해...
ㅎㅎㅎ
이건 분명 나이탓이라고 여겨진다.
평가를 내린 사람들은 대개게 고등학생이나 중학생 대학생들이니
(난쏘공이 고등학교 입시, 특히 특목고 같은데 나오는 듯하다.)
나의 삶의 경험을 어찌 따라오겠는가...
나도 분명 고등학생 때 읽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담, 당시 고등학교 선배는 어떻게 이해를 하고 추천을 했던 걸까?
당시에도 책을 많이 읽고 사고를 많이 해서 생각이 남다른 사람들이 있기는 했으니...
주제독서 "경제"를 4권째하고 나서
이 책을 읽었다. 시대적인 분위기도 있고, 약간 주제독서가 지루하기도 하고
지인이 다시 "난쏘공"을 읽었기에 자극도 받았을 것이다.
정말 놀랍고 대단한 책이다.
적어도 순전히 내 기준으로
2008년 노벨문학상 "황금 물고기"보다 100배 훌륭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그리고 화나고 슬프다.
황석영선생의 작품과는 무엇인가 차원이 다른 깊이가 느껴진다.
찾아보니 황석영선생이 1943년생이고, 조세희선생이 1942년생이여서
거의 동년배인데,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는 아무래도 황석영선생이 많이 알려져있으니 안따까운 마음까지 든다.
먼저 문학적인 아름다움은
소설 기법의 화려함과 환상적인 분위기 같은 것들.
도저히 31년이나 지난 작품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퇴색하지 않는 아름다움과 소설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찌보면, 나는 자라면서 난장이라든가 꼽추, 앉은뱅이, 약장사, 차력사,
철거반, 개발지역 등의 주요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옆에서 겪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요즘아이들이 어렵고 난해하다고 느낀 부분을 건너뛰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만,
서술 인칭의 변화와 이야기 구성의 복합화 시간구성의 다양성 등은 놀랍다.
소설속의 소설의 전개(난장이가 읽는 책들과 거기서 꿈꾸는 꿈의 이야기들)도 놀랍고
31년의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진정 명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그 깊이와 향기가 더해지는 느낌이다.
화나고 슬픈건
31년이나 지났지만,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립과 갈등의 구조가
어느것 하나 나아진 것이라고는 없다는 것이다.
형태와 금액이 달라지기는 했을 지라도 그 현상은 오히려 더욱 지독해진 느낌이다.
얼마전의 용산참사가 그것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잔혹사가 그대로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나의 삶에서도 부끄럽게 느끼게 한 대목을 소개하고 싶다.
이것이 진정 "부자되세요~~" 광고가 유행하는 우리네 모두도 느끼길 바란다.
"아버지가 그린 세상에서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 세상 사람들은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비도 사랑으로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아버지는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그것이 못마땅했었다. 그러나 그날 밤 나는 나의 생각을 수정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