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전2권 세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새벽에 글을 쓰면
감정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유치해진다는데....

그래도 써야겠어.
아무래도 마음이 진정되질 않아.

연녹색의 화려한 표지가 부담스러워
책꽂이에만 모셔두었던 책을 지난 목요일 저녁에
집어들었더니 그만 주말을 홀딱 허우적 거린다.

지금은 새벽 2시 4분.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다.
아침에 많이 자두기도 했지만...

두번째 권에 흐르는 한윤희의 두번째 사랑.
베를린에서의 이희수씨와의 사랑부분에서 그만 잠이 확 다 달아나 버리는 것을 느낀다.

이미 일년하고도 7개월이나 지났건만,
첫사랑에서 마음을 잡을 수가 없다.
이미 그네는 일년이 넘게 다른 사랑에대한 열병을 앓고 있다는데도 말이다.

이 소설은
연애소설일까?
정치사회소설일까?
조중동과 한나라당에서 떠들듯이 노무현정권이 좌빨이라면,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 일이다.
노무현과 김대중정권은 우파. 그 중에서도 중도우파수준에 불과할 뿐인데...

"오래된정원"은 한나라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좌빨 정치색이 농후한 빨깧고 무서운 책이다.
금지서적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내가보기엔 그저 시대의 흐름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써내려가고있을 뿐이다.
그 내용이 워낙에 금기시 되었던 부분들이였기때문에 얼토당토않게 요즘말로 좌빨필을 풍길뿐이지...

나혼자만의 먹고살기에 급급하지 않았던
순수하고, 올곧았던 청춘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면 어떨까?

오래된정원은
유토피아 본래 있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는 거라 했다.
그 오래된 정원 '갈뫼'에서 한윤희와 오현우는 사랑을 나누고 키워가게 된다.

현실사회와는 따로 떨어져 있는 유토피아같은 공간 '갈뫼'에서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의 결과물이라고 해야할까?
은결이의 탄생을 모르고, 오현우는 세상속으로 교도소로 들어간다.

오래된 정원, 유토피아에서 낳은 은결이를 돌보지 못하고,
윤희는 대학원에 다니면서 송태영을 만나 현실 사회속에서 치열하게 살고,
그와는 사랑하지 않지만,

다시 현실과 일상적인 것들과 떨어진 베를린에서 만난 이희수와는 두번째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은 이희수의 교통사고라는 아주 현실적인 것으로 인해 끝나게 되지만...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치열하고 냉혹한 현실속에서 벗어나서야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윤희가 현우를 만나 사랑하게 된 것도, 희수를 만나 사랑하게 된 것도
현실의 치열함에서 한 발 떨어진 유토피아적인 공간이 아니였던가?

까닭모를 두려움이 밀려든다.
사랑을 영영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송태영이 윤희에게 그랬지.
대륙횡단열차의 여행중에 술에 취해서.

(태영)개인주의자...
(윤희)이봐. 난 주의자 아냐.
넌 너밖에 몰라. 그림두 개떡 같고.
너는 잘난 줄 아니?

(중략)

(태영) 넌 구제불능이야. 아무도 사랑한 적이 없잖아. 너 자신까지두...

아마도 사랑을 하는 것은
두렵고도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 모든 사랑하며 살고 있는 이들을 존경한다.
나도 치열하게 살아내어보면, 사랑을 하게되고 만나게 되겠지...

윤희는 현우에게 남긴 노트에 이렇게 적는다.

나는 언젠가 친구를 비판하면서, 우리는 그 시대에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라고 절망적으로 외쳤던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요새 와서 나는 이 말을 수정할 작정입니다. 지상에서 어느 때에나 사람들은 사랑을 했어요. 세상에 드러나는 모양이 시대마다 다르기는 했어도. 물살에 씻기어 닳아지고 부서지는 돌멩이처럼 일상에 시달리는 벗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회한에 잠기지 않기를 바래요. 지금 그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풍요로운 인생의 깊이를 존중하라고. 그리고 더욱 성숙한 사랑으로 지난날과 미래를 껴안게 될 것을 기대하구 있어요.

"오래된 정원"은
200년 김대중정부시절에 발간되었다.
오랜 투쟁끝에 쟁취한 것으로 보였던 민주화...

지금 온통 난리다.
잃어버린 10년. 다시 공안정국...

윤희의 기록은 이렇게 끝난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또 한번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외롭고 캄캄한 벽 속에서 무엇을 찾았나요.
혹시 바위틈 사이로 뚫린 길을 걸어들어가 갑자기 환하고 찬란한 햇빛 가운데
색색가지의 꽃이 만발한 세상을 본 건 아닌가요.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

** 블로그: www.halfc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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