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평점 :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은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책이라며 나의 친구이기도 하다고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밝힌다. 끼리끼리 논다고 했던가. 저자가 독일의 유력지에 칼럼을 쓰고
있는 분이어서인지 그의 글빨에 놀랍고 술술 읽히고 점점 빠져든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많고 많은 이야기들, 같은 시대에 전혀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350페이지 분량으로 지루할 틈 없이 얘기한다.
'낙원 추방(농업 혁명)' 이후
인간은 식량을 얻고자 신들의 관대함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직접 경작에 나선 인간은 식량을 비축하면서 점점 궁핍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삶은 더 힘들어져만 갔다. 정착생활이 시작되고 식량이 많아지면서 인구도 늘어났다. 자연히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했고, 여가
시간도 사라졌다. 신석기 혁명의 비극적 역설은 생활수준이 높아졌음에도 삶이 고된 노동으로 채워졌다는 점에 있다. /
64-65
우리는 농업혁명과 함께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복종시킨다는 인류의 작전 계획이 확정되었다. 이제 그 길을 계속 가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우리의 지배가 확고해질 때까지, 또는 우리의 문제가 모두 해결될 때까지 말이다. /
67-68
약
5억년전 생명이 탄생하고 뇌 속에서 뭔가 파바박 새로운 일들이 발생하면서 계절에 따라 먹이 따라 이동을 하다가 어느 한곳에 정착을 하고 부족을
만들고 나라를 세우는, 그랬던 과정이 인간이 약하기 때문에, 그래서 살아남기 위한 과정들이구나 생각케 한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서부터
유럽중심주의적 관점으로 쓰였다고 밝혔는데, 유럽이 세계 곳곳을 정복하고 식민지를 삼아 지배했던 역사를 보면 그들도 정복당하지 않기 위해 종족을
지키기 위해 때론 잔인하게 때론 설득해 왔던 것이 인간은 약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돌풍이 분다는 나비효과처럼 역사는 생각지도 못한
또다른 결정적인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유럽인구의 3분의 2를 사라지게 했던 흑사병이 유럽인들에게 민주주의적 각성을 불러일으키게하고, 유대인
지식인 바울의 '하나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사랑하신다'라는 '모든 이를 위한 종교'라는 구상이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개인주의'를
탄생케 했다고 하는데, 지금의 민주주의와 개인주의가 멀고 먼 한참 전의 사건과 인물로 인한 시발점이었다는 걸 알게되는 것, 내가 다른 사람보다
뭔가 하나더 지식을 배웠다는 맛에 세계사를 읽는 것 같다. ㅎㅎ
나는
아이에게 위인전을 사주고 싶었지만, 내가 어렸을때 읽었던 위인전과 어른이 되서 알게된 그 위인의 모습이 전혀 달랐어서 (예를 들어 최초로 하늘을
날수 있었던 사람이 라이트형제라던가 하는) 매번 사는걸 망설이곤 했다. 하지만 이책을 읽고나서 위인전을 사는데 망설였다는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어릴때 배웠던 역사와 인물이 어른이 되어서 새롭게 혹은 어이없는 장면으로 맞딱뜨리면 그 기억이 오래갔는데, 농업 혁명, 종교 전쟁,
아테네, 바울이 맛깔나게 쓰인 이책 덕분에 오래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역사, 세계사에 좀처럼 정이 가지 않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