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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 스머프할배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상 일기
정성기 지음 / 헤이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인터넷 블로그에서 '스머프 할배'로 불리는 저자 정성기는 9년째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요리사이다. 그래서 쿡방에 등장하는 요리 잘하는 남자 셰프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그는 젊은 사람들의 요리 레시피와 전문가들의 요리를 공부하고 요리를 해보고 그의 스타일로 만들어내 어머니를 위한 음식을 만드는 평범한 옆집 할아버지같은 분이였다.
먹기 싫은 건 절대 먹지 않는 어린아이 보다도 심한 편식쟁이에다가 고급진 입을 가져서 한식보다는 양식을 좋아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짤랑짤랑 종소리의 '징글'에 '엄마'의 조합으로 어머니를 '징글맘'이라고 부른단다. 아들은 오직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가 잘 먹을수 있게,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요리에 입문했다고 한다.
치아가 부실한 징금말을 위해 으깬 고구마 샐러드, 꼬들꼬들한 면발이 아닌 징글맘이 씹기 좋게 푹 익힌 라면, 소면으로 만든 스파게티, 비타민 섭취를 위해 약보다는 과일채소주스나 물김치를 직접 만든다. 스머프 할배의 요리는 치아가 부실한 사람에게도 좋지만 아기 후기 이유식으로도 적격인 것 같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하고 배고프다고 소리지르는 어머니를 향해 잔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좋아하는 캐러멜로 어머니를 달래고 또다시 괴성이 터지기 전에 급하게 먹을 것을 준비한다. 이 일련의 모습들은 마치 갓난쟁이를 보는 것과 같다. 얼마전에 징글징글하게 겪었던 우리 아이의 신생아 때부터 두돌이 되기 전까지... 지금 현실이 지옥이라고 느낄만큼 힘들었던 육아를 나는 언제끔 벗어날 수 있을까, 부모형제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던 독박육아여서 내 마음데로 외출하기도 힘들었던 지난날,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제야 숨통이 트였었는데, 스머프할배는 그와 같은 아니 어쩌면 육아보다도 더한 (얼마나 괴로우셨으면 '그만 좀 건너가세요'라고 저자가 되뇌였을까) 삶을 9년째 보내고 있다.
스머프할배가 만들어 낸 요리들을 상상하면 군침이 돌고 나도 한번 해먹어볼까 싶은 충동까지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치매 환자의 적나라한 실상을 볼 수 있어서 음식의 맛을 그대로 즐기기엔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먼훗날 내가 겪는 일이 되는 걸까, 혹은 내딸이 그 고생을 하게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는 그 일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만들어 내는 '스머프할배'와 그렇게 입이 거칠면서도 아들이 만들어준 음식 앞에선 최고라고 칭찬을 하며 한그릇 뚝딱 해치우는 '징글맘'의 만들고 먹는 즐거움이 두사람을 이만큼 버티게 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게 곧 사랑이고 기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