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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감정여행 - 자기소통상담가 윤정의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6년 4월
평점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딱지가 났던 몇몇 사람과의 얘기를 여기에 풀어둘수는 없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별거 아닌 얘기를 좀 하자면,
초등학교 5학년때 급식을 먹던 중 국에 들어간 파를 가득 남겼던 적이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그걸 다 먹지 않으면 집에 보내주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 정말 집에 못가는줄 알았는지 울면서 파를 억지로 입에 구겨넣었던 적이 있는데 결국 그게 탈이 나서 성인이 된 지금도 국을 먹을때면 파를 따로 건져내고 있다. 그래서 어릴때부터 어른이 되서도 엄마에게 파를 골라낸다고 구박을 받았고 밥상머리 앞에서 그게 은근 스트레스였다. 그러던 중 떡국 먹던 설날에 엄마아빠에게 내가 왜 파를 못 먹는지에 대해 얘기를 했었는데 그날 이후로 '너는 파 못먹지?' 하면서 먼저 파를 골라내주시더라.
왜 진작에 털어놓지 못했을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간단한데 무엇이 목구멍을 틀어막게 했을까?
윤정의 <4박 5일 감정여행>에서 아내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중견CEO는 먹기 싫은 콩을 아버지가 강제로 먹게 한 것을 회상할 때 울음을 터트린다. 이 '울음'은 억울함에서 나온 것으로 오랜 세월이 흘러도 아버지의 강압에 대한 '억울함'에 대한 울분이라고 말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이 어찌나 공감이 되고 울컥 올라오던지 ㅜㅜ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치유가 된다는 것? 순 뻥이다. 어떤식으로든 삶에 불편함을 준다는 것, 잊을만 하면 한번씩 고개를 쳐들어 숨통을 조인다.
<4박 5일 감정여행>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해 보이지만 속은 곪아터진 11명의 상담자의 이야기다, 남편에게서 아버지의 사랑을 찾으려 했던 40대 초반의 서양화가, 가족, 친구의 고민이 별 공감이 가지 않는 항상 긍정과잉인 50대 후반의 출판사 운영자, 일 하나는 똑부러지게 잘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을땐 폭언을 일삼는 40대 후반의 교육개발자 등등 그들의 처해 있는 상황, 과거에 있었던 부모와의 관계를 볼 수 있는데 어떤 부분들은 감정이입이 되서 내 모습이 그래왔던 걸까? 스스로 묻게되고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저자 윤정이 말하는 상실철학은 순간순간 습관적 패턴을 가지고 나를 구속하는 구조를 깨는 것으로
1단계 부모의 애착관계에서 형성된 왜곡을 상실시키고
2단계 시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쓰게 된 가면의 자아를 상실시키고
3단계 가짜의 자아가 만들어낸 가짜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것,
나를 애착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버림으로써 나를 확장시키고 자유를 느끼는 것,
감정고백을 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진실되게 전하는 것,
tv에서 집안 곳곳도 모자라 현관문앞까지 잡동사니와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버리지 못해 쌓이고 또 쌓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쌓인 무게만큼 짓눌린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그들의 사연을 떠올리면 '버림으로써 나를 확장시키고 자유를 느낀다'는 것이 무언지 조금은 짐작이 되는 것 같다,
재롱을 떨고 어리광을 피우며 엄마에게 다가서려고 할 때 냉정함을 느낀 나는 수치감이 느껴지고 두려워져서 엄마와 나 사이에 감정의 벽을 쌓은 것 같습니다. 이런 두려움을 느끼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자 엄마가 잘 교육시키려고 그런다고 엄마를 아름답게 생각하며 내가 바라는 완전한 엄마상을 만든 것 같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는 딸이었지만 엄마하고는 거리를 두고 살았습니다. / 152
이 부분을 읽고 어떻게든 엄마품에 안겨보려는 딸아이를 밀쳐낸 내 모습이 떠올라서 움찔했다. 우리딸이 상담자처럼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서툴게 자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고 ㅜㅜ 나도 내 감정을 서툴거나 질러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책을 통해 내 문제점이 무언지 마주할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