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지즈는 중국에 함께 가자는 엄마의 권유를 마다하고 도쿄로 상경한다, 전철역 근처의 작은 집, 고양이 초상화로 가득한 방이 있는 일흔살이 넘은 긴코 할머니의 집, 젊은 여자라면, 그곳이 도쿄라면 세련되고 멋진 나만의 원룸에서 두번째의 삶을 기대하지만 지즈는 할머니의 깊은 주름만큼이나 노후한 그 집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도쿄에서 살 수만 있다면,


도쿄라서 뭔가 복잡 다난한, 서울의 그것처럼 빠르고 빠른 삶속에 문득 혼자 남아 있는 지즈의 삶을 엿보게 되는 걸까, 했는데, 그녀가 머물고 있는 긴코 할머니의 집은 도쿄의 그것과 동떨어져 보인다, 일흔이 넘은 할머니와 이제 막 성인이 되었지만 성인이라기엔 아직 어린 여자의 기묘한 동거를 보고 있으면 할머니 집 너머에 보이는 지하철을 오고가는 사람들이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진다,


지즈는 손버릇이 나쁘다, 곁에 함께 했던 누군가의 소지품이나 소품 따위를 훔쳐 신발 상자에 넣어 놓고는 한번씩 꺼내 본다, 물건의 옛 주인과의 관계를 떠올리며 혼자 웃기도 하고 마음이 쓰리거나 한다, 몇번이고 내던지려고 했지만 그리 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즈는 반복된 이별에도 묵묵히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떨쳐내지 못한 슬픔이 들이닥치다가도, 지즈가 상상못할 만큼 많은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하고 외로움을 이겨내며 세월을 보낸 긴코 할머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지즈는 어느새 치유가 되고, 온전히 혼자가 될 용기를 얻게 된다,


사실은 딱히 나갈 것까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혼자가 되어 보고 싶은 이 기분을 무시하면, 나는 언제까지고 이곳에 눌러앉아 아무것도 모른 채 인생을 마치게 될지도 모른다, / 161


혼자 있기 좋은 날, 온전히 혼자 밥을 먹을 줄 알고, 혼자 영화를 볼 줄 알고, 혼자 여행을 할 줄 알게 된다면, 비로소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긴코 할머니가 나이가 들어서도 옷을 단정히 입고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사러 가는 것처럼, 지즈도 누군가와 함께 하기 위해, 혼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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