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최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처음엔 제목이 좋아서 끌렸고, 많은 사진들 중에 일본의 오래된 집 위로 하얀 눈발이 날리는 사진이, 여행가고 싶다, 내년엔 아기를 데리고서라도 일본에 가고 싶다, 라는 충동이 마구 솟구쳤던,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사진이다,


그렇게 읽게 된 이 책이,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가끔 까닭 모르게 울컥했던 문장들을 뽑아 엮었다는 프롤로그에, 아;; 이 책 또한 포장만 번지르르한 말장난 같은 책인걸까, 걱정이 앞섰다,


에세이 중에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얘기, 책이나 영화를 통해 알게된 이야기에 자신의 감정을 버무려 낸 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연초에 읽었던 누군가의 에세이는 이런식으로 책을 쉽게 내는구나, 개나 소나 작가지, 라고 욕을 퍼부으며 책을 덮었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책을 펼친 남편이 말한다, 글씨가 왜 이렇게 작아? 눈 아프겠다, 그말에 나도 투덜거리며 동의했다, 그런데 희안하다, 그 작은 글씨가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집중이 되고, 빠져 든다, 글씨 크기가 문제가 아니다, 여행 작가라고 하면 그동안 변종모 작가 밖에 몰랐는데,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된 기분이다, 우와!

 

삶을 살아가다 보면 문득 울고 싶은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아무도 없는 밤의 서재에서 영수증을 정리하다가도, 도서관에서 원고를 쓰다가도, 다섯 살 아이의 손을 잡고 빵집의 계단을 오르다가도 '문득' 울고 싶어지는 게 인생이다, 하지만 우리가 울 만한 장소는 마땅치 않고 되도록 울지 않는 것이 성숙한 어른이라고 생각하기에 억지로 울음을 참아야 하는 때가 많다, / 132 


그래서 울고 싶어지면 택시를 탄다는 저자, 파주에서 홍대까지 가는 그 길 위에서, 부다페스트 어느 호텔에서 세체니 브리지까지 가는 그 길위에서, 택시는 달렸고 울음은 점점 커져만 갔던, 그의 속사정을 알 수 있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울고 싶어지는 그 순간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런 경험을 해 보지 못한 오래전의 나였다면, 지하철에서 눈물 콧물 흘리며 우는 여자를, 공공장소에서 뭔 청승이래, 라고 눈을 흘겼겠지만, 나도 그런 경험을 한번 해봤더니, 우는 여자가 측은해 보인다, 오죽했으면 그 사람 많은 곳에서 눈물을 흘릴까, 눈물이란게 컨트롤 하려면 할 수 있는 건데, 이게 또 잘못 건들면 봇물 터지듯 주체하기 힘든 것이 눈물이더라,


길 위에 서 있는 그가 부럽기만한 했던 글들이 아니라서,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를 울컥하게 만들었던 여러 문장들 보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읽는 것을 멈추고 사색에 빠질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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