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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의 바다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놀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때 바다가 내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진짜 운명을 찾아 떠나라고"
육지와 다른 섬들과 너무 떨어져 있어 외부와의 거래가 거의 단절되다시피한 모라 섬이라서, 하늘도 바다도 시커먼,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한 섬뜩한 날이라서, 섬의 구세주 같은 모라의 자랑이 처참하게 짓밟혀서, 그리고 하필 그 순간에 등장한 노파의 얼굴이 늘 쥐고 다니던 바다 유리에서 비친 얼굴이라서, 헤티는 바다의 속삭임을 들었던 걸까, 아니 속삭임에 귀 기울이게 됐던 걸까,
요즘의 제주도는 가 보고 싶은 곳이 많다, 그곳에 22년을 살았던 나도 가보지 못한 곳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새로 생긴 관광지는 둘째치더라도 오직 카페 투어만 해도 될 만큼 곳곳에 많은 카페가 생겼다, 게다가 공연들도 곳곳에서 하고 영화도 제때제때 상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10대 때 내가 있었던 제주도는 가보고 싶은 곳이 없었다, 불만투성이를 이곳에 나불댈 수는 없지만, 한마디로 나는 그곳에 갇혀 있다고 생각했다, <속삭임의 바다>의 헤티는 바다의 속삭임을 듣는다 했지만, 나는 바다를 향해 욕을 퍼부었다,
운명을 찾아 떠나는 헤티의 파란만장한 삶을 마주하게 될 줄 알았다, 잔잔하다가도 성난 파도를 일으키는 바다처럼 굴곡진 이야기가 담겼으리라 기대했다, 통쾌한 복수라든가 반전이란게 있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 장까지 읽었던 이 내용들이 345페이지나 할애할 만큼의 이야기인가 싶다, (원서는 몇페이지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단편이나 중편 정도로 엮어도 될만큼 스토리가 단조롭고 단조롭다,
헤티가 성난 바다를 헤치고 아기 돌고래(배)를 이끄는 모습은 배의 구조에 대해 무지해서인지 글로 보여주는 긴박한 상황을 얼른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긴장감도 제로;;; 다만 그 어린날, 바다와 마주 서 있었을 때 온몸으로 느꼈던, 바다의 울부짖는 소리가 세상을 죄다 집어삼킬 것 같은 비명 소리로 바뀌는 그 순간, 그 순간을 나도 알겠어서, 소름이 끼쳤다, 10대 때의 가슴 시린 기억을 떠올리게 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