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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마의 신
하라다 마하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내 기억에도 국민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아빠와 잘 지냈던 것 같은데, 중학생이 되서 내게도 사춘기란게 왔던건지 아빠와의 의견 충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절정에 이르렀는데, 평상시에 이런저런 말을 퍼붓지 않았던 엄마가 아빠와 나의 싸우는 모습에 질렸던 건지, 한번은 둘 다 집 나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아빠와 충돌이 잦았는데, 뉴스를 볼 때만큼은 죽이 잘 맞았다, 뉴스를 보며 같이 분통을 터트리기도 하고 토론 아닌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 싸우는 와중에도 뉴스를 보며 대화를 많이 했던 덕인지, 일찍이 독립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아빠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고등학교 때처럼 싸우는 일은 없고, 아빠가 내 의견을 수용할 때면, 아 내가 정말 어른이 됐구나 혹은 아빠가 나이를 많이 드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 마음이 아릴때가 있다,
아빠와 나 사이에 '뉴스'라는 매개체가 있다면 <키네마의 신>에서 아유미와 여든 살의 아버지는 '영화'가 있다, 그녀는 아버지와 마주 보고 대화하는 일은 드물지만 '테아트르 은막'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화가 무엇인지, 관리인 일지에 쓰여진 '영화 일지'를 통한 부녀간의 유대감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유미는 대기업의 과장 자리에 취해 주변 사람과 가족을 돌볼줄은 몰랐다,
목표를 위해 오직 앞으로만 달렸던 아유미, 그런 그녀의 주위에 오해와 불신이 생기던 중 그날 어머니에게 전화가 온다,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고, 하필이면 사표를 던졌던 그날에 말이다, 게다가 아버지가 도박으로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된 아유미는 아버지가 도박에서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영화를 이용한다, 우연히 입사하게 된 잡지사 '에이유'의 웹사이트에 영화평을 올리게 하는 것! 혹여 아버지가 악플러들의 비판을 받아 상처를 받는건 아닐까 걱정을 하지만, 오랜 세월 영화를 접해보지 않고는 표현할 수 없는 것, 서툴게 쓴 글 속에서 따뜻한 무언가를, 아유미도 에이유 잡지사 동료들도 독자들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에이유 웹사이트 '키네마의 신' 블로그에 로즈 버드의 등장은 극의 재미를 더한다, 미국인인 로즈 버드와 일본인 고 짱(아유미 아버지)의 막상막하의 설전과 과연 로즈 버드의 정체는 무엇일까, 설마, 알고 봤더니 아유미 주위에 있는 사람일까? 하며 추리가 더해진다,
좋은 영화는 영화관에서 본다, 그러지 않으면 진정한 가치를 모른다, 최근의 할리우드 사람들은 DVD를 만들기 위해 영화를 제작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관에서 반복 상영하여 몇 번이고 극장을 찾아와 봐줄 만한 명작을 만들지 않으려면 영화 제작은 때려치워라, 그는 입에 거품을 물며 그렇게 말했다, / 277
지난날 우리가 겪었던, DVD의 등장으로 영화관보다는 집이나 비디오방에서 작은 스크린으로 영화를 접했다, 만화대여점이 생기면서 서점에 만화책이 사라질꺼라 우려했던 것처럼 영화도 그런 적이 있지 않았었나, 생각하게 되는데, 어쨌든 지금의 영화는 그런 위기감은 찾아볼수 없다, 다만 배급사의 횡포로 다양한 영화가 상영관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키네마의 신>에서 명화를 상영하는 '테아트르 은막'이 등장할 때마다 인사동에 있는 낙원상가의 허리우드 극장(지금은 실버영화관이라고 불리는것 같던데), 그곳이 계속 오버랩 되더라, 예전에는 그곳에서 단편 영화를 본다고 몇 번 가기도 했었는데, 그게 언제였더라;;
아무튼 <키네마의 신>을 읽으면서 더 추워지기 전에 낙원상가의 그 오래된 영화관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