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 권대웅 시인의 달 여행
권대웅 지음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니?"

누군가 나에게 물었을 때 나는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그럼 당연하지."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지가 언제인데, 그리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그가 웃었다. 나도 웃었다. / 291p

 

 

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을 먼저 얘기하자면, 제주도 중산간, 뒤를 보면 한라산이요, 앞을 내다보면 바다가 훤하게 보이는 곳에서 사회초년생이 될 때까지 살았었다, 여자가 밤에 밖에 나가 싸돌아다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부모님 덕분에, 해 떨어지기 무섭게 귀가를 했어야 했다, 학교 다닐 때는 과제하느라 그림 그리느라 하루를 그냥저냥 보냈었는데, 한달이라는 방학 동안에는 평상에 누워 어릴 때부터 봐왔던 백과사전에 나온 별자리들을 찾아보았다, 정말 거의 매일밤을,

 

그 수많은 별자리를 찾아보면서, 별똥별이 수없이 떨어지는걸 목격하기도 하고, 시린 초승달 부터 꽉찬 보름달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종교를 믿지 않아서인지, 기댈곳이 없어서인지, 정월대보름도 아닌데, 달을 올려보며 소원을 빌고 또 빌었다, 그래서일까,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단번에 소원을 빌고 빌었던 그날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서울에 살면서 달을 올려본게 몇 번이나 될까? 정월대보름이 되서야 뉴스에서 들리는 보름달이 떴다는 얘기에도 심드렁하고 말았었는데, 정말 잊고 살았다,

  

 

 

 

남프랑스의 달이나 서울의 달이나 중세의 달 역시 매양 마찬가지고 하나이고 같다. 그러나 다른 것은 우리가 살았던 곳이다. 당신이 살았던 시대에 바라보았던 달, 당신이 다음 생에도 이 세상에 와서 바라볼 달, 우리가 무언가 간절히 빌며 바라보던 달. / 128p

 

 

책을 읽으면서, 요즘 세상에 달을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구나, 그저 달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글에 남기고 그림에 남길수 있구나, 한 사람의 삶속에 그대로 스며들수 있구나 싶었다, 그림을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여행을 할때면 가방 안에 색연필, 파스텔 등을 항상 곁에 두고 달 그림을 그리고 달 시를 지으며, 저자의 발길이 닿았던 곳곳의, 같지만 같지 않았던 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책의 앞부분, 몇페이지를 읽고서는, 호기심이 들어 스마트폰으로 저자에 대해 검색을 해봤더니 sns에 하루에 한편씩 달 시와 달 그림을 올려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아마 sns에 올린 시와 그림이 이 책에도 엮여있지 않을까,

 

책을 정독으로 읽어서 책 읽는 속도가 늦은 편이라 한달에 두권을 겨우 읽는다, 그래서 여러 작가의 책을 읽는 기회가 적은 편이어서 좋아하는 작가도 되게 드문 편이다, 그 유명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히가시노 게이고도 작년에야 처음 알게 되었더라는거;; 올해는 권대웅이라는 시인을 알게되서 좋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합정에 위치한 빨간책방카페에서 저자의' 달 시화전'을 한다는 정보를 얻고 부랴부랴 주말에 다녀오기까지 했다, ㅋㅋㅋㅋ (팬이 되었음 ㅋㅋㅋ)

 

 

전기가 없던 옛날 사람들에게 어둠은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어두워서 달이 더 가까웠고 달을 보며 달의 마음을 배웠다. 그래서 달이 있는 어두운 밤은 친숙함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밤마다 전깃불과 네온사인이 켜지고 환해지자 어둠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달이 보이지 않았고 달을 보지 않게 되면서 그 마음에서 점점 멀어졌다. 달을 닮았고 달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그것을 받아서 쓸 줄 모른다. 쓰는 법을 대부분 잊어버린 것이다. / 31p

 

 

지난 날이 떠올라 뭔가 먹먹하고 아련하면서도 힐링이 되었다,

빨리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쩌지는 못하겠고 하지만 쉼표를 찍고 싶을때,

잠깐 시간을 내어 카페에 머물거나, 당일치기나 1박2일 여행에서 읽으면 좋을,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