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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무엇인가 -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란 무엇인가> 이 책은 그가 소설에서 나오는 '분인주의'에 대해 간결하게 알려주길 바란다는 독자의 소망에 힘입어 만들어진 책이다, 히라노 게이치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여서 그의 소설을 단 한줄도 읽어보지 못했음에도, (이 책에서는 그의 소설과 그의 경험을 통해 분인에 대한 예시가 나와 있다.) <나란 무엇인가>를 통해 그가 말하려는게 무엇인지 단박에 이해가 됐다, 왜냐면 그가 말하는 '분인'은, 나도 이미 경험했던 그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경험한 것을 왈가왈부 다 쏟아내지는 못하지만, '이 모습도 내 모습이요, 저 모습도 내 모습이다'라고 인정했었던 그런 날이 있었다, 저자처럼 나는 그것을 '분인'이라고 이름짖지 못했지만, 내가 경험한 그것은 그가 말하는 '분인'임에 틀림없다, 읽는 내내 고개를 몇번이고 끄덕였다, 이건 내 얘기잖아, 나도 이런 적 있다고, 내가 이상한게 아니었어, 사람은 다 똑같구나, 그리고 위안을 얻는다,
저자가 말하는 '분인'이란,
- 대인 관계마다 드러나는 다양한 자기를 의미한다, 애인과의 분인, 부모와의 분인, 직장에서의 분인, 취미 동아리의 분인...... 그것들이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다. / 14p
- 인간에게는 몇 가지 얼굴이 있다. 우리는 우선 이것부터 긍정하자. 상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양한 내가 된다. 그것은 전혀 꺼림칙하게 여길 일이 아니다. 어디를 가나 나는 나라고 고집을 부린다면, 성가신 존재로 여겨질 뿐이고 소통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간은 절대로 유일무이한 분할 불가능한 개인이 아니다. 복수의 분할 가능한 분인이다. / 47p
- 분인은 모두 진정한 나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고, 유일무이한 진정한 나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까닭에 숱한 고통과 압력을 감내해왔다. 어디에도 실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고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끊임없는 부추김에 시달려 왔다. 그것이 바로 나란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다. / 50p
내 성격은 내성적인 편인데,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되도록 외향적으로 변하려고 노력했고, 서울에 올라와서는 좀 독해져서;; 욕도 곧잘 하기도 했다, 그래서 학교 후배들은 날 보면 B형 같다 그러고 여자들만 있는 모임에서는 O형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작 나는 A형인데, 내 혈액형을 맞췄던 이는 친한 친구 몇명 뿐이었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는 것은 우습지만) 저자가 말하는 '분인'이란게 이와 같은게 아닐까, 일부러 의도했던 성격이 아니라 그들에 따라 환경에 따라 내 성격은 여러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니까 후배들 앞에서의 지랄맞은 성격의 나도 나이고, 여자 모임에서 언니언니 하며 따르는 순종적인 나도 나인 것이다, 혹자는 가면을 쓴게 아니냐, 거짓된 얼굴 아니냐, 지킬 앤 하이드처럼 이중인격 아니냐 하겠지만, 여러 얼굴을 갖는 것, 그러니까 다수의 '분인'에 대해 인정하는게 쉽지 않지만 한번 인정하고 나면, 나름대로 여러 사람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한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결혼하고 육아를 하다보니 정신 없었던 하루로 나를 잊었던 나를 돌이켜 보게되기도 했다,
소장가치는 물론 훗날 내 딸이 '나'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는 때가 온다면,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