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이지환 지음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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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종이 고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해 당뇨병에 걸렸다는 것은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이다. 과거 기록에 당뇨와 비슷한 '소갈'이라는 말도 등장하고 왕의 생활을 봐도 활동량이 많지 않은 만큼 이 이야기는 일견 합리적이어 보인다.

2. 하지만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의 저자는 그러한 오해에 의문을 품었다. 다방면에 부지런하고 군사전략이나 훈련에도 관심이 많았던 세종이 과연 유독 운동에만 약했던 이유가 따로 있지 않을까?

3. 저자는 과거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 세종의 건강과 병 관련 기록을 수집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당뇨병의 특성과 비교를 한다. 특히 세종의 눈병 증상은 젊은 시기에 시작했다가 호전 악화를 반복하는데 호전과 악화시 차이가 컸다. 하지만 당뇨병으로 인한 안질환(망막손상)은 비가역적이며 호전되지 않는다. 저자는 그 다음 용의자들을 세워본다. 임질? 눈병? 모두 특성에 맞지 않는다. 뻣뻣한 허리 증상, 젊은 나이에 시작해서 심해지는 증상, 재발되는 포도막염. 강직성 척추염이 아닐까라는 가설로 보면 각종 증상의 설명이 과거의 설명보다 합리적으로 맞는다.

4. 그렇다면 세종은 병 때문에 운동을 싫어하고 각종 다른 병을 앓은 것 아닌가? 우리가 알고 있던 세종은 게으르고 비만하다는 이야기는 세종에게 억울한 이야기다.

5. 저저는 세종 외에 가우디, 니체, 모네 등 우리가 한번씩 들어본 인물들이 기존에 알려져있던 병을 앓았는지 다시 추적한다. 가우디는 특발성 소아 관절염, 니체는 매독으로 인한 신경증상이 뇌질환으로 인한 증상들이다. 심지어 인상주의 화가지만 추상주의에 까지 지평을 넓혔다는 모네에 대해 '백내장'으로 인해 색감을 잃어 추상주의처럼 그림을 그렸다는 불손한(?) 해석까지 한다.

6. 마치 탐정처럼 과거의 기록, 사진 등을 통해 병을 추적해 들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의학에 대한 쏠쏠한 지식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의 업적 또한 한번 더 되새김질하게 된다.

7. 우리들도 살면서 아프고 다친다. 하지만 과거 위인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콜레라나 흑사병처럼 역병이 세계사를 바꾼 것 처럼 여러 위인들이 앓았던 병이나 증상 또한 그들의 인생과 활동을 바꿨을 것이다. 셜록 홈즈를 따랐던 조수처럼 우리도 저자가 파헤치는 '의학 수사'를 재밌게 따라가보자.

뱀발) 이런 주제로 논문이 나온 것도 몰랐다. 특히 세종같은 경우 한의사들이 자료 접근하기 보다 용이했을텐데 의사가 내서 아쉽다

*본 서평은 부키 출판사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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