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이나경 옮김,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설 / 블랙피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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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미국 역사상 두번째 여성 연방 대법관으로 처음에는 인권 변호사로 일했던 만큼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 향상과 차별 철폐에 힘 썼던 인물이다. 이번에 긴즈버그의 의견서와 판결 의견문을 모아 차별에 맞썼던 기록을 모은 책을 블랙피쉬에서 번역해 출판했다.


2. 미국은 공적인 부분에서 젠더뿐 아니라 종교, 인종에 대해 차별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긴즈버그가 한참 활동할 20세기 중후반, 심지어는 21세기가 되서도 성차별에 대해 의외로 후진적인 법 해석이 이루어졌고 보수적인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 책을 읽으며 놀라웠다.

3. 1부의 경우 긴즈버그가 의견을 제출한 여러 여성 차별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리드 대 리드 항소인 의견서> 에서는 아들이 죽은 후 남성이 여성보다 유산 집행인으로 적합하다는 사법적 판단으로 전 남편에게 집행인 자격을 뺏긴 사례를 다루고 있다. 원래 해당 주의 법에서는 이해관계자가 모두 집행인으로 선정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또, <미국 대 버지니아주 다수 의견>에서는 남성만 입학할 수 있는 버지니아 사관학교가 교육취지상 남성만 받을 이유가 없음에도 여성을 받지 않아 차별을 했다고 지적한 경우다. 해당 학교는 지적을 받자 급하게 버지니아 여성 리더십 학교라는 것을 세워 이것으로 다양성도 확보했다고 하지만 긴즈버그는 여성 학교의 예산이 같지 않고 여전히 버지니아 사관 학교의 역사와 전통, 졸업생의 인맥에 관한 혜택은 오직 남성에게만 열려있다고 지적한다.

4. 1부의 백미는 <레드베터 대 굳이어타이어>로 19년간 굳이어 타이어 관리자로 재직한 여성 관리자인 레드베터가 성과가 나쁘지 않음에도 19년차에 접어들어 자신의 남성 부하보다 연봉이 작다는 것을 알게 되자 회사가 성별로 인해 임금에 차별이 생겼다고 소송을 건 케이스다. 쟁점이 됬던 부분은 불법 고용 관행이 발생한 후 180일 내에 차별 고소를 제기해야되는데 레드베터는 이미 20년 가까이 근무했으므로 제기된 사안은 시효가 이미 넘었다는 것이다. 긴즈버그는 소수 의견이나마 다른 직원들의 임금을 알기 어렵고 정보가 은폐된 상황에서는 해고, 승진, 전근과 다르게 임금의 경우 장기간 축적되어야만 차별을 알아챌 수 있다는 누적 효과를 대법원이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 1부에서 특이했던 부분은 <크레이그 대 보런 의견서> 부분으로 오클라호마주에서는 도수가 3.2도 이하인 맥주를 구입할 자격을 여성이 남성보다 어린 나이에 구입할 수 있는 법이 있는데 긴즈버그는 이것이 일견 여성에 대한 혜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젠더에 대한 일반론적인 고정 관념에서 나온 것으로 두 성별이 허용되는 연령이 다를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 점이다.

6. 생각보다 본 책을 보면 긴즈버그의 주장이 다수 의견이 되지 않고 주로 의견서나 소수의견으로 실려있다. 하지만 그러한 의견들이 이후 새로운 법이 생기거나 과거의 법이 폐지/수정되는 등 재판에서 이기지 않았어도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7. 1부를 읽으면서 시대를 뛰어넘는 '뛰어난 생각'이 '후진적인 법/판결'을 고치는데 중요하다는 점이 느껴졌다. 사회와 문화, 사상의 변화가 법을 바꾸기도 하지만 법과 판결에서의 변화가 역으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태를 바꾸는 만큼 평등을 위한 법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 본 서평은 블랙피쉬 출판사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군사훈련 외 여러 면에서 버지니아 여성 리더십 학교는 버지니아 사관학교와 동등하지 않다. (중략). 버지니아 여성 리더십 학교 졸업생은 버지니아 사관학교의 157년 역사와 특권, 영향력 있는 졸업생 인맥과 관련된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 P59

대법원이 즉각적인 고소를 주장하는 것은 임금 차별의 특징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레드베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금 격차는 시간을 두고 이루어지곤 한다. (중략) 격차가 분명하고 커졌을 때, 즉 현재 연봉의 비율로 인상 액수를 계산하는 상황이 되어야 피고용인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후략) - P66

최종 주장에서 대법원은 본 소수 의견으로 ‘비록 피고용인이 당시 결정에 관한 모든 사항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20년 전 단일 결정에 대한 소송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한다. (중략) 지각 있는 판사라면 그와 같은 방만한 소송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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