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식시오 - 주식 중독에 빠진 정신과 의사가 10번의 좌절 끝에 찾아낸 주식투자 심리의 법칙
박종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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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 2020년 한 해는 주식은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던 대부분의 사람들도 주식계좌를 만들고 시간이 날 때마다 모바일 MTS를 확인하게 만드는 해였다. 재테크에 대해 언젠가는 해야된다고 생각했으나 주변에서 주식으로 크게 실패한 케이스를 많이 본 나였지만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이야기에 낄 수 없는 분위기에 밀려 12월 말에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



2. 주식 시작 전에도 '코스닥은 위험하다' '테마주/제약바이오는 위험하다' 정도는 알고 있었고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큰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증권앱을 깐 뒤 '공부한 다음에 사야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약 3주간 아무 것도 매수하지 않았으나 주변에서 역대급 수익을 인증하는 덕분에 FOMO 증후군에 걸려 처음 산 주식은 삼성전자였다. 지금도 차트나 재무제표를 잘 볼 줄 모르는데 당시에는 그냥 삼성전자는 무조건 좋은 주식이고 떨어지더라도 언젠가는 오른다는 생각에 9만원이 약간 넘어간 시점에 매수했다. 운 좋게도 별 생각없이 신고가를 찍었을 때(약 6개월 지난 지금에도 전고점이 깨지지 않았다) 그냥 모두 팔아버렸다.



3. 기가막히게 판 다음부터 주가가 서서히 비실거리기 시작하더니 9만원 선을 두고 영화 <고지전>을 방불케하듯 왔다갔다하다가 결국은 8만전자로 추락하는 것을 보면서 아무 근거 없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부 안 해도 수익이 날 수 있구나' '내가 그래도 아주 못하지는 않나보네?'. 또, '내가 당시 100주를 샀더라면? 1000주를 샀더라면?' 이런 생각에 배가 아프기까지도 했다. 한참 주변에서 실시간으로 미국 레딧 밈주였던 게임스탑이나 AMC 등으로 순식간에 30%, 50%를 먹는 모습을 보니 눈이 돌아가기 시작해 급등주를 사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수-매도 버튼도 익숙하지 않아 지정가 거래를 할 수가 없어 시장가로 던지던 주제에 스캘핑 흉내를 내고 있었으니 나 자신도 기가 막힌다.


 

4. 며칠 반복하니 크게 얻을 때도 있고 크게 잃을 때도 있었는데 결국 일과 병행하다보니 까먹고 한번 매도타이밍을 놓쳐서 강제로 존버하게 되었는데 그 때 기준으로 나에게 투자했던 원금 백만원단위 돈은 매우 큰 것이어서 (지금도 적은 돈은 아니다) 매일매일 시세창을 바라보면서 '본전만 건지면 털겠다'라는 생각으로 불안에 떨었었다. 이제 안전하게 투자하겠다는 생각은 온데간데 없고 주변에서 들은 고오급 기술인 물타기(..)를 해서 더 상황을 악화시켰다가 운좋게 -5%까지 반등했을 때 바로 손절했다. 당시 나는 남는 시간마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그랬는데 주식을 시작하고 특히 테마주에 물린 다음부터는 혼자 있으면 주식 생각이 많이 나서 괴로웠기 때문에 손절한 뒤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겠노라하고 주식앱을 지워버렸다.



5. 그렇지만 놀랍게 며칠 뒤에 주변에서 단타로 수익을 먹는 것을 보고 배가 너무 아파 다시 깔고 LG 디스플레이를 꽤 많이 매수했는데 테마주에 물린 것보다 더 많이 물렸었다. LG디스플레이도 어찌저찌 반등이 올 때 팔아버렸다. 여러분은 이러한 바보같은 경험이 없었는가?



6. 나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주식 투자자의 심리가 이 책에는 잘 담겨있다. 저자는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스스로 소개하기에 내성적인 편이고 안전지향적인 사람임에도 첫투자로 얻은 수익의 달콤함에 빠져 아무 분석없이 더 큰 액수의 투자를 진행해 작전주, 우량주 등 다양한 종목에서 물렸으며 큰 손실을 입었음에도 빨리 손절하거나 물타지 않고 버티다가 손해만 더 커진 뒤 결국 복구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 팔아버린 후 다시 올린 종목을 보면서 배앓이를 했다.



7. 본 책은 저자가 이러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신의학적 분석과 당시 느낀 심경을 적나라하게 적어둔 책으로 문장들이 굉장히 공감이 많이 갔다. 저자가 겪은 실수들을 모두 해봤으니 말이다. 저자와 나의 차이점은 저자가 나보다 더 큰 액수를 투자했고 때문에 크게 물렸다는 것이다. 또한 나는 본업에 예전보다는 소홀해졌었지만 매도타이밍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일을 우선시했지만 저자는 직장에서 짤릴 정도로 일상생활의 리듬이 파괴됬다는 점이다.



8. 놀랍게도 직장에 잘리고 반성한 뒤 주식앱 비번을 5번 틀려서 지점을 방문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만들거나 매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게임부터 한시간 하기 등의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또 다시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나 또한 급등주에 물린 기억을 잊고 LG디스플레이에 물렸었다. 주식뿐만 아니라 마약, 흡연 등에 중독된 사람들이 한두번 크게 후회한 뒤에도 다시 그 행동을 반복한다고 한다.



9. 이렇게 저자는 잦은 후회와 실수를 했고 수업료를 지불할 때마다 재무제표와 차트, 다양한 금융지식을 강제로 쌓게 되었으며 반복되는 실수들의 공통점을 분석해 주식 투자 전에 마인드 조절을 하는 등 여러번의 노력을 통해 결국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10.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내용이 공감이 많이 간다는 점이다. MTS 사용법도 잘 모르지만 매수랑 매도를 어떻게 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MTS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기업의 실적과 일봉, 주봉도 보지 않고 그냥 매수했던 모습은 나를 포함한 주린이들의 어리석지만 공통된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좋았던 점들이 있다. 첫째, 각 챕터마다 저자가 하고 싶은 핵심 문장에 줄이 쳐져있다는 점이다. 가독성이 좋은 책이지만 이렇게 밑줄을 통해 쉽게 요약할 수 있어 매우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둘째, 주식 중독을 대처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되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인 만큼 정신과 이론과 주식 중독에 빠져봤던 경험을 종합해 주식으로 인해 불안하거나 충동적으로 종목을 매수하고 싶어지면 게임을 한다든지 아침에 일어나서 주식앱을 키지 않고 운동부터 한다든지 등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이 실려있어서 좋았다. (구체적인 것은 파트 6을 참조할 것) 셋째, 뒷부분에 주린이들을 위해 PBR, PER, 영업이익률 등 기초 개념과 초보자가 반드시 피해야될 주식의 조건(공매도잔량, 전환사채 등)과 같이 최소한의 주식 개념이 실려있던 점이다. 나는 이전에 기본개념서들을 읽었지만 정말 100페이지도 읽지 않고 투자를 하고 싶다는 친한 친구가 있어서 내가 읽었던 내용을 요약한다면 저자와 같을 것 같다. 넷째, MBTI별 투자성향, 도파민형 투자자와 세로토닌형 투자자 등 저자가 만든 고유의 개념들이 흥미로웠다는 점이다. 저자도 사람의 유형이 명확하게 구분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읽다보면 주변 친구들의 다양한 투자 성향이 떠오르는 등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11. 아쉬웠던 점들도 있었는데 첫째, 내용의 중복이 다소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자신이 느꼈던 실패와 후회를 반복해서 강조하다보니 같은 내용이 중복되어 읽는 도중 텐션을 다소 떨어뜨리게 하는 부분이었다. 둘째, 저자가 겪었던 최악의 상황에 대해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는 저자의 경험과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공감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자가 정신과 의사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대출도 많이 받을 수 있으며, 투자를 신경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진 직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특수한 경험을 적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책의 집필의도 중 큰 것이 주식중독자의 마인드에 대한 분석인 만큼 주식중독 체크리스트 등의 내용이 전반부에 배치됬으면 더 좋았겠다는 점이다.



12. 주식을 이미 입문한 사람에게는 과거에 경험했던 실패(혹은 현재도 멘탈을 관리하지 못해 벌인 실수)를 제 3자의 시선에서 객관화할 수 있고 아직 주식을 하지 않은 사람에겐 일종의 경고서이자 최소한의 지침서로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 책 파트4, 파트 6에서 나온 주식 개념은 약 100페이지도 되지 않지만 주식 개념서나 유투브도 보기 싫은 사람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줄 수 있다. 책에서 밝혔듯 전쟁 나가는 군인에게 총은 못줘도 막대기는 쥐어줘야하지 않을까?


 

*본 서평은 협찬으로 제공되었음을 밝힙니다.



따라서 도파민에 취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조언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중독을 쉬어갈 수 밖에 없는 강제력, 이른바 ‘욕망의 휴게소‘다. - P91

정리하자면 공감 능력이 부족한 나르시스트들이 특히나 더 주식투자에 큰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 P128

초보자 주변에는 반드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PER, PBR 그런 거 몰라도 주식 잘할 수 있어. 주가랑 관련없어," 투자에 있어선 부디 그런 친구들을 가급적 멀리하기를 권유한다. 인내와 배움은 쓰고 게으름의 유혹은 언제나 달콤한 법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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