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 교양인이 되기 위한 내 생애 첫 인문학 처음인데요 시리즈 (경제)
박홍순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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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이 생각나는가? 나는 '인문학의 위기' '인문학은 삶과 유리되어있다' '인문학은 그럼에도 중요하다' 등등의 문장이 떠오른다. 중고등학교 때 뿐만 아니라 대학교 졸업 이후에도 TV나 다양한 매체에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모름지기 인간은 교양지식(특히 인문학)을 익혀야되고 그 중에서도 철학이 중요하다는 세뇌 아닌 세뇌를 받았다. 때문에 싫든 좋든 학교 수업 상으로 윤리와 사상, 동양철학, 서양철학 등등을 배우고 봤지만 지금도 나는 인문학이 항상 처음같이 어색하다. 인문학과 친해지기 위해 정규과정 외에도 나름 노력을 해보았는데, 알록달록한 디자인과 다양한 삽화, 쉬운 비유 등으로 설명된 인문 교양서부터 플라톤의 여러 저작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동양 고전인 사서 중 <대학> <중용> <맹자> 등 고전까지 (반 강제로) 보았지그럼에도 인문학은 어색한 존재다.

2. 이러한 고민 속에서 큰 기대 없이 한빛비즈의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를 접했다. 많은 인문 교양 서적이 그렇듯이 인문학은 삶과 괴리된 것이 아니며 인문학이 소외된 대한민국 사회가 여러 병폐에 빠져있다고 역설한 뒤 (1부 상상력이 인문학의 첫걸음이다) 인문학에서 얻을 수 있는 삶과 사회에 대한 반성을 저자 나름의 분류대로 나누어서 사람의 본질에 대한 통찰 (2부 나를 돌아보는 시간) 삶의 올바른 가치와 죽음, 인간의 우울과 광기 등 비이성적인 면(ex 감정 등)에 대한 고찰 (3부 삶과 죽음 그리고 행복) 가족, 연인, 타인 등 사회 속에서 관계맺는 인간에 대한 조망 (4부 관계 안의 인간) 돈과 보람, 여가의 균형에 대한 고민 (5부 돈과 일 그리고 여가)로 다루고 있다. 종합하자면, 인문학을 통해 나 자신의 삶과 현재 처해있는 사회에 대해 반성해보고 좀 더 숙고된(올바른) 가치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3.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저자가 다양한 미술작품을 다뤄줬다는 점이다. 여러 인문학적 고전의 통찰들을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그림과 연관지어서 잘 풀고 있어 덕분에 새로운 지식과 관점들을 얻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가 과거에 <지적 공감을 위한 서양 미술사> 를 비롯해 미술과 철학을 연결시킨 책들을 많이 냈다) 또한 각 챕터 밑의 소 챕터 하나하나가 여러 고전들과 철학자들의 핵심 메세지들과 중요한 이유 정도는 캐치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있다는 점도 좋았다. 솔직히 인문교양서들을 읽을 때 큰 기대를 하고 보지 않았는데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재밌게 읽고 나 또한 최근 생계에 쫓기는 나의 삶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4.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운 부분은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 1부다. 나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현대 사회 각 분야에서 여러 병폐, 가령 투기, 양극화, 노동 소외, 전문직의 범죄 등이 딱히 인문학 이 소외받아서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먼 옛날에 공자, 맹자님이 살아계실 적에도 인륜이 무너졌다고 한탄할 정도인데 그런 성인들이 없는 지금 세상이 인문학이 강조가 있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졌을까? 과연 인문학의 나라라고 부를 수 있던 조선이 과연 양극화를 포함한 병폐가 심하면 심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최근에는 각종 분야에 윤리가 더욱 강조되어 사실상 법이나 규칙 수준에 준할 정도로 강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의학 분야에서는 과거와 같이 막무가내로 임상시험을 할 수가 없고 동물실험조차 윤리 기준을 지켜야한다. 그리고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해 한 번 더 반성해보는 능력을 배양하는 주장에는 동의하나 책 전반에서 인용한 고전들이 말하듯 물질적 가치가 정신적 가치보다 올바르다는 식의 논리가 과연 현시대에 얼마만큼의 설득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서양 고전들은 여러 시대에서 다양하게 인용되고 있으나 동양 고전들이 인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의 저작 이력을 보니 대부분 서양철학과 미술에 대한 것으로 저자의 배경에서 나온 한계일 수 있겠지만 동서양을 골고루 다루진 못해도 동양을 전혀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다.

5. 그럼에도 의무 교육 기간과 대학 교양 수업 때 한 번씩 들어봤던 고전과 철학자들의 핵심 메세지를 한 번씩 다시 리마인딩할 수 있었고 읽는 동안 나 자신의 삶에 비추어 해석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워낙 미술에 무지했기 때문에 여러 아름다운 그림들이 철학의 맥락에서 해석되는 신선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독서하는 동안 재밌었다. 저자의 이력에 철학이나 미학을 전공했다는 것이 없어서 읽기 전에 약간 불안했지만 읽는 동안 내가 아는 지식들과 크게 배치되지 않았고 저자가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책들을 쓰면서 쌓인 내공이 많이 느껴져 읽는 동안 유익한 시간이었다.


* 본 서평은 한빛비즈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죽음을 자신의 실제 현실 가능성으로 가져온다는 점에서, 죽음을 향해 미리 달려가보는 일이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봄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만난다. 종합하면, 죽음을 나의 현실 문제로 생각할 때 환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자신을 찾게 된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종말을 ‘향해‘ 실존한다. - P238

인간의 본질을 자유에서 찾고자 한다면 우리는 인간이 다시 시간과 능동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만약 변화가 가능하다면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이 글의 뒤에 이어지는 주제인 ‘여가‘에서 그 전망을 조심스럽게 검토해보자 -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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