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재구성 - 한국인이라는, 이 신나고 괴로운 신분
조선희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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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오랜 기간 동안 기자이자 작가로 산 저자가 자신이 겪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경험들과 본인이 통찰한 대한민국의 여러 문제점들을 정리해놓은 책이다. 엄밀히 말해서 역사책은 아니고 일종의 사회비평서에 가까운데, 경제발전기 - 민주화세대 - IMF - 신자유주의시대 - 현재 까지 겪은 저자의 경험들을 읽다보면 역사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의 집필 의도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여태까지 한국 사회에서 있었던 여러 사건들에 대해 일종의 '상식의 틈'이 있고 그걸 제대로 메꾸기 위한 사실들과 여러 관점들을 제공해 독자들이 리터러시를 갖고 사회를 비판하고 성찰하라는 취지이다.

2. 책의 진행은 불평등 문제 (1장인 <불평등 퍼즐>), 각종 가짜뉴스와 자본에 종속된 미디어의 문제 (2장인 <미디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한국의 좌우 갈등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 ( <3장 민주주의 멀미> , 5장 <이념 트라우마>, 불편하지만 긴밀한 이웃인 일본 (6장 <일본 딜레마>), 저자가 봤던 선진국의 아름답고도 추한 모습 (4장 <독일인 경우>)를 다루고 최종적으로 마지막 장인 <한국인은 누구인가>에서 저자의 한국 근현대사와 현재 사회에 대한 통찰을 종합하고 있다.

3.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4장인 <독일인의 경우>로, 과거 전범국이었다는 사실에 반성하고 민주적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선진국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독일의 모습과 최근 코로나 판데믹에서 보여줬던 늦장 대응, 미온적 대처 뿐 아니라 네오나치를 포함한 극우집단의 등장, 동양인 혐오 등 현재의 독일의 모습의 갭이 크게 느껴져서 궁금증이 많았기 때문에 인상깊게 읽었다. 실제로 읽어봐도 상당히 복잡했는데 정치적으로는 좌우 연합인 대연정(여당과 제1 야당의 연합정치), 소연정(여당과 제2, 제3 야당 등과의 연합정치) 등 좌우대립을 최소화하고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선진 민주적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노마스크 시위, 난민과 LGBT로 인한 갈등, 코로나로 촉발된 동양인 혐오 등으로 혼란한 모습이었다.

그 다음으로 재밌게 읽은 부분은 2장은 <미디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부분으로 저자가 기자생활을 오래한 만큼 근현대시대의 언론자유의 변천사 뿐만 아니라 현재 미디어 지형의 문제점,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 등이 디테일하게 나와있었다. 특히 해당 장에서 미디어 유토피아, 미디어 디스토피아 부분이 굉장히 백미인데, 유토피아의 사례로 다양한 데이터에의 접근성 강화, 고급정보의 대중화, 사회적 변혁을 일으켰던 집단지성(예시로 박근혜 탄핵 절차의 도화선, N번방 범인 추적)을 들었고 디스토피아의 사례로 과도한 가짜뉴스, 확증 편향, SNS 등에서의 막말문화, 디지털 ADHD(폰과 인터넷에 접속을 안하면 매우 불안해함) 등을 들고 있는데 디스토피아가 분량이 더 많은 만큼 현재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책을 읽으면서 20대부터 느꼈던 여러 대한민국의 문제들이 과거 부모님세대가 여러 변화를 거치면서 태동했던 문제점들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부동산의 급격한 상승, IMF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 가상화폐 붐과 각종 투기 등 지금 심각하다고 느꼈던 양극화는 과거 몇십년 전부터 산업화 과정에서부터 생긴 것이었다. 또한 현재도 이어지는 좌우논쟁도 뿌리깊은 문제고, 대부분의 사회 문제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통시적으로 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5. 아쉬운 점들도 있었는데, 우선 일본만큼 애증이 깊고 영향이 큰 미국, 중국, 북한에 대한 이야기들이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저자가 이념적으로 지지하는 바도 있었기 때문에 몇몇 서술들이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책의 집필취지와 다소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이명박때 국정원의 일베 양성은 드루킹 사건과 동일한 정도로 비판을 받아야하는데 드루킹 사례는 쏙 빠져버렸다. 또한 5장에서 다루었던 '신의 한수'나 '가세연'을 비롯한 소위 우파 유투버들 만큼 '다스뵈이다', '뉴스공장' 좌파 언론인 등의 가짜뉴스 문제도 크다고 생각하는데 오로지 우파 유투버들의 자극적인 선동과 슈퍼챗으로 이익을 보는 지점만 비판해서 아쉬웠다.

그리고 윤석열-조국 갈등 보다 국민의 생계가 연관된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이슈가 더욱 문제인데도 국민들이 전자만큼 흥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시대정신이 바뀐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않은가 싶어서 아쉬웠다. 그렇다면 라임, 옵티머스에 대해서 언론에서 충분히 이슈화하지 않은 것은 왜 지적하지 않았을까?

종합하자면, 저자가 '상식'이라고 주장하는 부분들 중 일부는 상식이 아니라 관점이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6. 한국이라고 하면 강남스타일, BTS, GDP 3만 달러, 코스피 3천, IT 강국, 방역 선진국 등 우리나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만큼 저출산, 자살, 양극화, 투기, 청년실업, 남녀갈등, 세대갈등 등 부정적인 면을 말하는 단어가 떠오른다. 과연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될 방향은 무엇이고 어떻게 다양한 갈등을 봉합할까? 이 책에서 다루는 한장한장마다 현재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녹아 있어 읽으면서 앞으로의 고민이 좀 더 깊어지는 책이었다.


* 본 서평은 한빛비즈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코로나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선진국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어놓았다. 한국은 선진국을 무조건 배우고 따라잡으며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 배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또한 우리를 따라 배우는 나라들에게 기준을 제공하는 역할이 주어지기도 하는 때가 온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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