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경미의 수학 콘서트 (보급판 문고본)
박경미 지음 / 동아시아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수학은 다양한 면에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암호, 건축, 스포츠 대진표 짜기, 바코드, 심지어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예술에서도 이용된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책을 통해서 학교, 학원에서 하는 공식투성이의 수학에서 벗어나 먹이그물, 그림, 프랙탈 등 수학의 다양한 면을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일 학교에서 하는 정수, 방정식, 함수 등에 묻혀 수학의 진정한 나는 도서관에서 ‘어떤 책에서 수학을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을까?’하고 돌아다니다가 수학콘서트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콘서트는 가수들이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관객들과 대화하고, 각종 이벤트를 해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이 책도 예술, 건축, 날짜, 일상 속 수학이 어우러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얼른 책을 빌려 부푼 기대감과 함께 첫 장을 펼쳤다.
저자는 소수가 콘체르토와 같다는 주장을 통하여 소수와 암호에 관한 이야기로 1장을 시작한다. 소수는 옛날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 프러시아의 수학자 골드바흐, 오일러, 프랑스의 신학자이자 수학자인 메르센 등이 소수를 연구해 왔다. 그 결과, 쌍둥이소수, 사촌소수, 섹시소수, 메르센소수 등이 밝혀졌다. 암호 역시 옛날부터 연구의 대상이었고 지금까지도 그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황제의 카이사르 이동암호, 대입암호로부터 전해져온 암호연구가, 2세대, 3세대 암호 등이 그것이다. 2장은 수학이 실용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에튀드’라고 부른다. 공정한 분배를 위해 사용되는 분할자-선택자 방법, 고독한 분할자 방법, 마지막 감축자 방법, 봉인된 입찰 방법과 물통의 용량을 알맞게 만드는 최대공약수를 이용한 방법,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바코드의 비밀 등을 통해서 수학의 실용성을 보여주고 있다. 3장은 수학은 직관이라고 말하며 이것을 ‘즉흥곡’과 같다고 표현한다. 이집트, 바빌로니아, 여러 확률이야기가 직관적 수학과 연관된다. 4장은 귀족들의 고상한 오락으로 작곡되었던 ‘디베르티멘토’로 비유되며 스포츠에 숨겨져 있는 수학과 마방진, 달력에 숨겨져 있는 수학적 비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5장에서는 그림과 연관되는 수학을 말하면서 아름다운 수학, ‘왈츠’라고 표현한다. 그림 ‘아테네 학당’에 숨겨져 있는 수학자들의 이야기와 ‘최후의 만찬’에 있는 숫자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또 방정식으로 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나온다. 6장은 혼돈속의 질서라는 큰 주제로 ‘랩소디’라고 표현한다. 이곳에서는 프랙탈 구조, 카오스 이론, 나비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마지막 7장에서는 조화하는 수학, ‘심포니’로 비유하여 미분, 적분과 같은 수학은 최근에 나온 수학 주제들과 직접, 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저자는 수학과 음악을 어색하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시킨다. 책을 읽는 내내 수학이라는 교향곡을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또한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이 읽어도 지루하지 않을 만한 수학역사 속에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발한 상상력이 책을 재미를 한층 더하고 있다. 또한 음악의 한 장르를 대변하듯, 분야별로 읽기 쉽게 정리 되어 있어 나와 같은 고교생이 읽으면 지루하게만 느껴지기 쉬운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짱구그리기가 생각난다. 동생이 이 그림을 보면서 짝퉁짱구라고 하기도 했다. 사실 짱구의 얼굴이 어색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함수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신기했다. 짱구의 특징은 동그란 얼굴에 튀어나온 볼살이다. 그리고 이 모양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각각 다른 관계식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특히나 나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마방진이다. 요새 두뇌 개발을 위해 많이들 즐겨 하고 있는 마방진이 ‘수학의 원리를 이용하여 풀면 이렇게 간단하구나’ 하며 넋을 놓고 보았다. 또한 명화 속에 깃든 수학도 기억에 남는데 그림 속에 숨어있는 수학의 원리를 쉽게 풀어 줄때는 내가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특히나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라는 그림 속에서 공존하지 않았던 당대 수학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그림은 나에게 미술과 수학에 관련된 책을 추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흥미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당대 유명한 과학자이자 예술가들은 수학 또한 발전시킨 선각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수학의 발전이 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중학생 때부터 방정식이나 함수와 관련된 여러 수학적인 용어와 공식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머릿속에 점차 의혹이 자리 잡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인문계와 실업계,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이과와 문과로 나누어지지만, 수학자들을 제외하고 고급적인 수학 지식은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실생활에 응용하기 위한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공이 떨어지는 시간이나 소금물의 농도를 계산하는 문제들은 전혀 실용적이지 못하고 생각했다. 수학의 무미건조함과 심화와 더불어 위와 같은 문제들은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문제집을 펼 때마다 자꾸만 눈에 밟히는 수학 학습의 오류에 나는 홀로 대답 없을 질문들만 되뇌이게 되었다. 그리고 고민하던 나에게 ‘수학 콘서트’는 끊이지 않는 의혹을 해명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이 책은 수학의 진정한 숨은 가치를 보여주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함수, 로그, 심지어는 미분과 적분까지 수학은 절대로 쓸모없는 과목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특히, 미분과 적분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주로 이과 학생들이 배우게 된다는 수학의 최고봉인 미분과 적분은 마무리 단계인 만큼 계산과정이 복잡하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미분과 적분은 사회 현상, 물가 지수, 인구의 증가 등 변화하는 것의 구조를 밝히는 유용한 틀이라고 한다. 미분 방정식이 유체역학, 건축학, 전자기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는 작가의 말에 나는 수학자만이 수학을 배워야 한다는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명백히 알게 되었다.
제 딸의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