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이청준 지음, 김광철 그림, 방민호 논술,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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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주막집 여인이 사내에게 소리꾼 여자, 즉 사내의 누이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다. 그 중에서도 소리꾼 아버지가 소리꾼 여자에게 한을 품어주기 위해 그 여자의 눈에 청강수를 넣어 장님이 되게 하였다는 것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그건 너무 심한 것이 아닐까.

소리를 모르는 평범한 과부의 독자로 자라난 주인공의 그 두 명뿐인 가정에 한명의 낯선 이방인이 찾아온다. 이방인은 소리를 하는 사내로 주인공의 부인과 정을 통한다. 둘과의 정을 통해 아이를 밴 주인공의 어미는 당신 뱃속의 딸아이를 낳다가 죽게 된다. 이후로 주인공 남자아이는 자신의 새아비 되는 사내를 평생토록 저주하며 살아가게 된다. 새아비에 의해 소년과 소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채 태어난 소년의 여동생은 창을 배운다. 그 와중에 소년은 새아비를 죽일 작정을 새운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소년이 그의 새아비를 죽이고자 하는 마음이 충동질 할 때, 새아비의 창을 듣는 순간 소년의 정신은 혼미하게 되고 살의를 잃게 된다. 살인이 불가능하다 판단한 소년은 그 길로 집을 떠난다. 그리고 흘러간 시간이 수십 년. 소년은 다시금 그의 여동생을 찾는 여로를 걷는다. 십수 년의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결국 여동생과 해후한 장년이 된 소년은,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하는 여동생의 장애를 발견한다. 한을 가져야, 한이 서린 소리를 내고, 한이 서린 소리를 내야 진정한 창이 된다는 새아비의 소리에 대한 욕망이 소녀의 눈을 멀게 했다. 한을 지니고, 한을 쌓아 살아온 인생은 결국 가진 것 하나 없는 생으로 점철 되었다. '사는 것이 바로 한을 쌓는 것이고 한을 쌓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다.' 우리내 인생이 여기에 있다.


책을 읽기 전에 ‘서편제’가 무엇인지 몰라서 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보았는데 판소리의 한 유파라고 정의되어 있었다. 나는 책 제목의 소재로 쓰인 만큼 이 판소리가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을 예상하였다. 의외로 짧은 분량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였는데, 실제로 작품의 구조도 간단하고 각 인물들의 사연에 대해 깊고 세밀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이 소설 속 주인공인 사내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으로 되어있어 그리 쉽지도 않았다.


'사는 것이 바로 한을 쌓는 것이고 한을 쌓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의 글귀가 저자로 하여금 독자에게 말하고픈 바를 가장 잘 설명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한 남매의 이야기로 꽤나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게 그렸다. 바로 용서라는 주제이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가 또 어디에 있을 것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사소한 일로 품던 분노와 짜증은 이 책을 읽으며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진정으로 나에게 느끼길 바랐던 것은 나의 그러한 분노와 짜증이 용서로 바뀌는 것일 것이다. 항상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공통적인 한 가지 느낌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운다는 것이다. 이로써 나는 용서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배웠다.


이 소설을 읽으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요즈음 같은 때에는 일부러 들으려고 하지 않는 한 접하기도 힘든 판소리와 그에 대한 소리꾼들의 전통을 지키는 모습, 또 그 소리를 내기 위해 한이라는 것을 심어주는 모습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내와 소리꾼, 그리고 의붓동생 이 세 사람의 가슴속에 있는 한이 마음 아팠다. 사내는 사내대로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 된 소리꾼에 대한 미움, 소리꾼은 자신대로 소리에 대한 애착과 전통의 상실이라는 것에 대한 한, 그리고 가장 가엽게 느껴진 사내의 의붓동생의 눈이 먼 한이 각자 자신만의 아픔을 지닌 채 살아야 하는 운명을 진 주인공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의 전통과 소리에 대해서 조금 이해하고 우리 고유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제 딸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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