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한숨을 쉬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마음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몸이 낡고 지쳐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다. 그럴 때면 곧장 변명을 한다. 아, 한숨이 아니라 큰숨이에요. 뜨거운 탕에 들어가거나 따뜻한 차를 마실 때, 자리에 앉거나 일어설 때 언제부턴가 “아이고“ 소리는 필수 추임새가 되었다. 몸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 이 소리가 없이는 위의 행동들을 수행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게다가 요즘 종종 하려던 말을 내뱉기 직전에 잊거나, 5회째 보고 있는 드라마에 나오는 주연 배우의 이름을 까먹고 있다. 30대 후반, 내 노인력은 상승하고 있다. 작가는 노인력을 ‘마이너스의 힘’이라고 정의한다. 늙음으로써 쓸모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능력을 얻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최근에는 10년 전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자주 생각하지 않고 시간도 지나다보니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내게도 노인력이 발현되었다 생각하니 괜히 뿌듯했다. 잊기 힘든 것도 노인력을 동원하면 잊을 수 있다. (물론 기억하고 싶은 것도 같이 잊어버리는 부작용도 있겠지만.) 오만가지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찼던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다. 야구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전력이 아니라 적당한 힘으로 쳐야 득점 가능할 때 “노인력을 발휘해”라고 말하면 된다는 용례를 읽고 이 힘이 전 세대에 걸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다. 글 끝에 함께 실린 노상관찰 사진에서 사물들이 보여주는 노인력도 웃음을 짓게 한다. 이런 유머를 곁에 둔다면 드문드문 내게 나타나는 노화 현상도 조금 더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노인력 #안그라픽스 #아카세가와겐페이 #서평 #북스타그램📚안그라픽스 @ahngraphics 서평단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