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9
박영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서울역. 그곳은 만남의 장소다. 그리고 기다림의 장소다.

 

우리는 기다린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그러나 그들은 기다린다.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서.

 

 

누구 기다리냐?

누구든 물어보면

아이언맨!

답했다.

언젠가 누나가 나한테

혹시, 누구 기다리니?

하고 물었던 적이 있다.

나는

아이언맨.

했다.

콩코스 광장 앞에서 개다리춤을 추는.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장님 흉내를 내는.

팔 한쪽에 주은 석고를 끼고 팔이 부러진 고아 흉내를 내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동생 희망.

 

 

아이언맨, 형제를 버리고 떠난 노숙자 아버지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고양이 버드와, 동생 희망이를 책임질 줄 아는.

그러나 아직 어린.

그도 아직은 어린 사랑이 필요한 아이였다.

 

 

남들과 다를 바없이 좋은 집에서 살다가,

며칠간을 굶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른 형제에겐 개다리춤이 있었다.

형제는 개다리 춤을 추었다.

현실에 눈이 멀어버린 듯이, 움직이는 팔과 다리에만 집중해서, 정신없이 춤을 추었다.

 

그들에게 서울역과 콩코스 광장은 어떤 의미일까.

아이언맨이 돌아오게 될 곳이 아닌, 아이언맨을 기다리는 곳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만남이 아닌 기다림의 장소였다.

 

 

우리는 형제를 보고 생각한다.

 무언가 어긋난 안타까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형제는 아니다.

기다리기 때문에 빛이 나는 오늘을.

찬밥같이 담담한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펼쳐 놓는다.

 

 

기다림. 어떤 사람이 오기를 바라는 그 끝을 모르는 기다림을.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 형제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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