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인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6
김경해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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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다 왔다."

차에서 잠이 들었던 난, 집이란 소리에 눈을 떴다.

텅 빈 운동장, 축구 골대, 쨍쨍한 햇빛, 불편한 정적, 빨간 벽돌의 3층 집. 갓난아기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남자아이들만 사는, 여기가 내 집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학교인 줄 알았다. 넓은 운동장이 길가로 나 있고, 복도에 창문이 길게 이어져 있는 그저 그런 학교로 보였다.

텅 빈 운동장, 축구 골대, 쨍쨍한 햇빛, 불편한 정적, 빨간 벽돌의 3층 집. 갓난아기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남자아이들만 사는,

태양이의 집에는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전부 '부모'라는 보호자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이미 너무나 많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다른 이들도 아닌 부모에게 받아 온 아이.

엄마가 다른 아빠와 가정을 꾸리면서 맡겨진 아이.

엄마와 아빠 모두 연락이 되지 않는 아이.

사람들의 '다른' 시선에 상처받아 온 아이.

'집'이라는 곳에 상처받은 아이들은 갇혀있었다. 10개 항목에 체크리스트에. '집'을 나갈 때야 보여 줄 후원 통장에.

집은 과연 무엇일까? 단순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내 집인 걸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느 곳보다 안락하며 편안함이 느껴지는. 집에 들어오면 따스한 미소로 맞이해 줄 사람이 있는 곳.

이런 집이 모든 이가 꿈꾸는 집이 아닐까.

'집'이라고 칭해지는, 사실상 할머니께 '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는 원장님의 시설이 아닌 곳 말이다.

지금 자기가 너무 힘들고 아프다는 평범한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집이 아닌 곳에서 사는 아이들도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견딜 수 있는 힘이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

... 그리고 집이 아닌 곳에 살고 있는 태양이의 친구들은 가족과 함께 사는 곳도 그렇게 행복하거나 아름답지만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아직 어리고 젊은 그대들에게는 태양 같은 눈부신 미래가 길게 이어져 있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짧다고 하지만 아직 그대들에게는 많은 시간이 있다는 걸 감사히 여기면서 산다면 조금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 작가의 말 중에서

태양이에게 "ㆍㆍㆍ 지금 너도 한낮의 태양을 모두 모았다가 한꺼번에 뿜어낼 그런 날들을 기다리는 건 아닌가 해서, 아니 그래야 하겠지."라는 쪽지를 보낸 나사랑.

과거도 현재도, 미래마저도 기대하지 않는 태양이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준 나사랑.

어쩌면 그녀의 존재가 태양이에게 '태양의 인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작가의 말처럼 태양이의 친구들, 자기가 너무 힘들고 아프다는 평범한 친구들, 평범한 친구들에 속하는 나.

모두들 '한낮의 태양을 모두 모았다가 한꺼번에 뿜어낼 그런 날'들을 기다린다.

모두의 '그런 날'들을 "직접 가서 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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