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리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7
애드리안 포겔린 지음, 정해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등장하는 소년은 나의 또래이다.

저스틴 릭스. 뚱뚱하고, 얼굴에는 울긋불긋한 여드름 꽃이 활짝 피어있다. 키가 작고, 운동에도 소질없는 주인공 저스틴.

나와 나이가 비슷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소년이 '사춘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나와의 최대 공통점이다.

내 주위에서는 이미 충분히 사춘기를 겪고있거나 막 시작된 아이들도, 끝났다고 할만큼 성숙한 아이들도 찾아볼 수 있다.

입시경쟁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아이들도, 상처가 깊은 아이들도 말이다.

 

단짝친구 벤, 벤의 여자친구 카스, 카스의 친구 제미, 제미를 좋아하는 저스틴.

실제로 있을 법한 친구관계도 내겐 재미를 주었다.

 

나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춘기 '현재진행형' 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마치 나와 내 친구들처럼.

 

바람나서 집 나간 아빠, 이라크로 파병된 형, 나약하고 히스테릭한 엄마ㆍㆍㆍ 온총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책에 뒤쪽에는 내가 인용한 이 글이 그대로 적혀있다.

저스틴은 글 그대로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저스틴에게는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믿기 조차 힘든 운명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현실에 모든 생각들을 잊게 해주는 멍 때리기와, 피아노 연주는 저스틴에게 한줄기 빛이 아니였을까.

 

<해피 버스데이 투 유>처럼 신나는 화음을 만들려면 중지를 검은 건반에서 흰 건반으로 슬쩍 내리기만 하면 된다. 기쁜 것과 슬픈 것이 그렇게 가까이에 공존하고 있다.

 

 

책에서도 아빠가 집을 나가기 전, 형이 파병되기 전의 삶을 기쁜 것이라고. 아빠가 집을 나간 후, 형이 파병되고 난 후의 삶을 슬픈 것이라고.

저스틴이 그렇게 생각할 땐 나조차 마음이 짠해졌다.

일이 일어나기 전과 후를 구별해 기쁨과 슬픔으로 나누는 것은 너무 슬프지 않은가.

자꾸 일이 일어나기 전의 삶을 바라게 되고, 지금의 삶을 원망하게 된다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내 안에도 존재하고 있던 아득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내게 준 책이였다.

그의 아빠가 더이상 외도를 하지 않고, 그의 형이 무사하게 돌아와서 그의 가족은 행복을 되찾았어요. 라는 결말이 아닌

저스틴 혼자서 제미를 위한 '스위트 제미'의 곡을 연주하게 된 결말이 더욱 와닿았다.

나도 언젠가, 사춘기가 지나가고 나를 위한 연주를 할 수 있게 될 때 쯤 저스틴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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