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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을 두드리는 동안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5
박재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0월
평점 :
'엄마'. 사람들은 엄마라는 말이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그 누구보다도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빠'. 단호하지만 한없이 자상하며, 멀게 느껴져도 항상 가까이 있는 사람. 엄마와 아빠라는 존재는 그렇게 칭해졌다. 그러나 '박수린' 그녀에게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다. 그녀에게 엄마와 아빠란 '내 작은 아가를 뺏어간 사람들' 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작은 생명을 얻은 후 모든 것이 변했다. 박수린은 약했다. 여린 사람이었다. 사랑받고 싶었던, 사랑했었던 소녀였다. 그랬던 그녀는 작은 생명을 품에 안았다. 생명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세상을 떠났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말로 다하지 못할, 누구에게 말한 번 못했을 그녀의 '아가’는 평범했던 여고생 ‘박수린’과 함께 떠나갔다.
'여행은 지우개라잖아, 마법의 지우개.’ 두두두, 웃뜨웃뜨! 그녀가 변화하던 시작점엔 경쾌한 소리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지난 날 들을 잊기 위해 러시아로 향했다. 주유나이 패와 함께 말이다. 좋은 것들을 보고, 좋은 것들을 들으며 잊어지는 듯했다. 친구와 우정이 무엇인지 깨달으면서 잊어지는 듯 했던 것이다. 지우개는 연필자국과 지우개똥을 남긴다더니. 그녀의 갑작스러운 ‘지우개질’은 지워지지 않을 기억자국만 남게 했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그녀를 몰아넣었다. 물이 그녀를 잡아당겼다. '여고생 박수린' 은 그녀를 잡아당겼다, 그녀가 아프도록.
모든 것을 인정하고, 엄마의 고통을 모른 체 했던 자신을 본 박수린은 '여고생 박수린' 을 찾았다. 엄마를 용서하며, 내 자신을 인정하면서 말이다. 주유나이 패와 함께, 아니 주유나이박 패와 함께. 그녀는 말했다. ‘어떤 마법의 지우개라도 내 삶에 지우개똥을 뿌릴 수는 없을 것이다.’,'-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일부러 맞을 건 없지만 일부러 피할 것도 없다. 즐기는 건 그다음에 일이다.’
추천글엔 단숨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고 써있었다. 나도 제외는 아니었다. 다른 할 일이 있는데도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파하는 주인공은 언제 쯤 자신을 되찾을까, 하며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박수린은 아파했고, 나의 마음은 아려왔다. 응원하고, 응원했다.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라고, 어서 힘을 내라고. 방문을 열고 마음을 열기를 바랬다. 이 책에 마지막에서 박수린은 해냈다. 닫혀있던 좁은 방문을 열고, 소나기를 맏는 박수린이 되었다. ‘주유나이박’ 패는 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