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4
선자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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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집은 빈집답게 을씨년스러웠다." 이 문장은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을씨년스럽다니.  이 책은 첫 문장부터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 빨려들어가듯 마지막 문장까지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정말 책 속으로 끌려가듯이 그렇게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는 책 속의 중심에 서있었다.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홍알음' 이라는 한 소녀이다. 그녀는 곧 나였다. 나는 책 속 중심에 서 있었으므로. 빈집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감정 또한 조금씩 일렁이고 있었다. 미래 또한 그러하였다. '베프' 소희는 '신율'이란 남자 아이를 좋아하였다. '율'인 줄로만 알았던.  소희는 의식을 하려고 했다. 무언가 간절하게 원한다면 이뤄진다는 빈집에서의 계약. 빈집은 모든 의식에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의식을 마치고는 나가려던 찰나 알음의 얼굴에는 무언가가 감겼다. 거미줄이였다. 침을 '퉤' 뱉었다. 그러나 그것은 효과가 없었다. 계약자는 모습을 드러냈다. '홍알음' 작은 한 소녀 앞에.

 계약자가 나타났다. '으으으으'. 계약자는 웃고 있었다. 우는 것처럼 들렸지만 딱히 우는 것 같진 않았다. "보려는 대로 보이는 것이다". 계약자는 분명 거미였다. 거미가 분명했다. 그리고선 꿈에서 깼다. 꿈이 아닌 듯 선명하고 뚜렷해서 머리가 찐득찐득한지 살펴보았다. 그것은 꿈이었다. 이것 또한 분명했다.

 '계약자'는 소희가 아닌 알음에게 나타났다. 거미의 모습으로 말이다. '보려는 대로 보이는 것이다' 계약자가 말했다. 알음이 보려는 것은 '거미'가 아닌 '거미'의 모습에 계약자가 아니였을까 생각해본다. 보려는 대로 보이는 것이라면, 계약자를 보려는 알음의 간절함이 계약을 이뤄지게 한 것이 아닐까?

 모든이에게 너그러운 아빠와, 이런 아빠에게 지칠대로 지친 엄마. 아빠가 데려온 교통사고로 죽은 한 여자의 아들. 그 아들만을 바라보는 할머니. 그 사이에 많이 힘들고 아파했을 알음. 알음은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은 척,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척, 고민하지 않는다는 척. 그것에 가려져만 있던 진짜 '홍알음'이 계약자로 나타난 것일 지 모른다.

 우리는 세상을 너무 표면적으로만, 이론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지도 못하면서. 사랑,미움,증오,동경.. 이 많은 사람의 감정들은 단 하나로 정의내리지 못한다. 사랑은 사랑이란 단어일 뿐. 내가 느끼는 감정을 사랑인지 어떻게 안다는 것인지. 그러나 '계약자'는 모든 것을 포괄한다. 사랑,미움,증오,동경. '보려는 대로 보이는 것'이라면. 이것보다 정확한 내면의 모습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계약자는 자꾸만 혼자가 되라고 한다. 계약자는 결국 홍알음 자신인데 말이다. 그 너머에는 더 큰 것을 갈구하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계약자는 모습을 바꾼다. 계속해서 바뀔 것이다. 결국엔 나 자신이므로.

 우리는 인생을 살아간다. 인생을 살며 나의 내면을, 생각을 모두 말하고 표현하며 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계약자'라는 것이 나라면. 나를 누구보다 직선적으로 바라봐주고,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유혹에 흔들리는 것도 나이고, 유혹에 넘어가는 것도 나이며, 결국엔 모든것이 '나' 자신일테니. 계약자를 이겨내는 것도 결국엔 나 자신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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