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 병에서 저쪽 컵으로 물을 질질 흘리며 물 옮기기 놀이를 해도 아이는 언제나 옳다.
삶은 달걀 노른자를 다 으깨서 온 방바닥에 흩뜨려놓고 쭈물거려도 내 아이는 언제나 옳다.
집 안의 오만 물건과 자기 장난감을 집 구석구석에 다 흩뜨려놓아도 내 아이는 언제나 옳다.
아, 정녕 육아는 인간수행의 한 방법이렷다.

아기를 키우고 있지만 정작 육아서는 잘 보지 않게 되는 나.
아이 육아는 이래라 저래라하는 책 보다는,
나의 내면아이의 상처 치유와, 아기가 사고현장에서 안구가 으깨지는 사고장면을 본 사고 당시 트라우마적 기억(상상이나 되는가? 내 아이의 눈이 그렇게 되는 장면을 본 엄마의 상처와 자기 눈이 그렇게 훅 찢어지는 고통과 경악스러움, 무서움, 통증, 공포감을 온 몸으로 겪은 2살짜리 여자아기의 고통이... 난 아직도 많이 운다. 그 날의 사고장면이 떠올라서. 평생 잊히지 않을 끔찍한 고통의 기억이 우리 가족의 온 몸에 저장되어 있다...),
그리고 원가족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내가 원가족 안에서 취했던 stance, 삶의 발자취, 삶의 궤적을 전반적으로 통찰하고 치유할 필요성과 시급성이 있어서, 육아서를 볼 심적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다.
전신 건강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면, 또 얘기가 달라졌을 것인데,
동아대병원 소아안과 류 교수님이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위로는 해주셨으나, 아기 엄마로서 손놓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가림치료라도 해보는 것인데,
아기의 치료와 수술 한 단계, 한 단계를 밟아갈 때마다,
아이의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인 나의 체력적, 심적 한계는 때때로 느껴져 좌절하게 된다.
그런데 이 상황에 무슨 육아서냐...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이고,
내 아이의 그 아픈 사고 트라우마를 함께 치유해 가야 할 사람도 나밖에 없기에,
아픈 아이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바라보기 위한, 온전히 지켜주기 위한 책이라면 읽어보고 싶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된 천근아 작가님의 <<아이는 언제나 옳다>>를 읽어보았다.
나와 내 아이의 관계가 보였고, 나와 내 부모의 관계도 보였다.
내가 되고 싶은 부모상, 내 아이가 그렇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아이상,
그리고 그리 되기 위한 양육자로서 나의 태도, 가치관, 마음가짐 등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심리학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음에도 책을 아주 쉽고 편안하게 읽었다.
금방 후루룩 읽으려면 하루이틀만에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익히 많이 들어왔던 내용들인데도,
따듯하고 실질적으로 다가왔다.
결국은 우리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부모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 자신을 사랑스럽고 귀하고 기쁜 존재로 인식해주기를 바라는 그 뿐.
나는 다른 부모들과 다르게, 아이가 왼쪽 눈의 외관 자체가 다른 아이들과 많이 다른 아이를 보듬어주어야 하는 엄마로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부모로서의 마음의 곳간이 깊고 넓어야 할 것이다.
그저 내가 성장하면, 내 아이도 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 아이를 믿는다. 믿어본다.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