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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 1
칼 세이건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평점 :
나는 최근에 SF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다. 외계인이나 우주, 간혹 TV에서 보여주는 관련 다큐멘터리 등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SF 소설을 접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첫번째 동기는 책 전반부에 등장하는 앨리라는 캐릭터였다. 그녀는 공부보다는 연애와 결혼, 남자에 관심있는 여자친구들, 공부만 하는 남자친구들, 과시형의 남자친구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그녀는 그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 온 (여자치고는 괴짜라고 여겨지는) 여학생이다. 20대가 되어서 외로움을 느끼는 단적인 예는, 공대 강의실에서 단 한명의 여학생으로서 발표할 때 쉽게 무시당하며 반박조차 받아보지 못할 때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 때문인가 싶어서 과학도용 목소리를 개발하기까지 한다.
책에서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런 앨리의 아웃사이더같은 경향이 더욱더 외계인과 콘택트(접촉)하고 싶게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서 공감을 못 느낄 때, 저 멀리 누군가는 나를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하며 찾아나서거나 기다리게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혹은 과학에 대한 지식이 남들보다 부족해서인지 책에 나오는 과학적 설명을 많이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지만 그리 거슬리지 않았다. 다음번에 볼 때는 더 잘 이해되겠지라는 생각도 있었고, 진짜 재미는 책 속의 인물들과 함께 외계인의 신호를 기다리고 메시지를 해독과정을 지켜보고, 점점 결과를 향해 접근해나가는 것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훌륭한 SF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저 하나의 소설로만 놓고 보았을 때도 작가가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담긴 생각들에 감탄하고 공감했다. 공책에 적어놓고 싶은 구절이나 장면이 이렇게 책 전체에 걸쳐 많이 나오는 책은 처음 본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비추어보며 천천히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SF 장르에 관심이 없더라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토성으로 보내진 탐사선 파이어니어 호에는 故 칼 세이건 박사의 부인이 그린 지구인들 그림이 실려있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콘택트의 저자 칼 세이건 박사는 돌아가셨지만, 후대의 사람들은 그가 꿈꾸었던 콘택트를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