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프랑스는 어떻게 극복했나 - 삶의 질을 위한 인구정책
이상민.박동열 지음 / 고북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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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박동열, 「저출산, 프랑스는 어떻게 극복했나: 삶의 질을 위한 인구정책」을 읽고 / 신경수

저출산 또는 기후 위기와 같은 문제는 당장 썩은 이가 아파 치과로 달려가듯 급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분명히 위기라고 소리는 들어왔지만, 국가적으로 수십조 돈을 퍼부었다는 소식과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없는…그래서 냉소적인 태도로 저출산 문제를 바라봐 왔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최근에 나온 가난과 빈곤에 관한 책에서 유달리 한국은 가난을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를 봤습니다. “다 사람이 자기하기 나름이지…” 라는 식의 이해로, 빈곤을 개인의 능력 문제로 축소시키고, 그 사람의 무능으로 몰아가서 인간 존엄까지 묵사발 내는 식의 이해들이 우리나라에 팽배하다는 지적입니다.

저출산 문제도 그런 식의 이해들이 어느정도 앞서고 있는 것을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가 출산과 가사의 책임을 여성들에게만 맡겨왔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중에도 육아 휴직과 같은 사회적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은 바로 그런 인식의 배경이 아직도 우리나라에 지배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프랑스라는 대조국을 통해 인식과 제도의 차이를 두고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사례를 소개하고 우리의 현실을 보게 만듭니다. 개인으로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마지막 파트 “저 출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많은 관심을 두고 읽었습니다.

결혼 7년 차에 자녀가 없는 저희 가정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주거 문제였습니다. 여기에 화끈한 대책을 제시하는 책이라 공감이 갔습니다. 주거 문제에 고민인 저에게 “한국주택공사의 해체와 주택사회청 신설”에 대한 이해는 거시적이지만 와닿는 정책이었습니다. 실제로 노후된 주택 환경과 매달 들어가는 주거비 문제만 해결되어도 삶의 질을 확연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이 현실인데, 집 없는 자의 서러움은 출산하고 가정을 다음 단계로 진척시키는데 의지를 꺾게 만든다는 것을 정부 기관이나 정치가들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저출산 관련 책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저출산에 관한 다른 책들의 목차를 살펴본 후 이 책과 비교해 봤을 때 객관적이고 절제된 표현, 프랑스라는 대조군 덕분에 우리나라의 부족한 현실을 굳이 감성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몇몇 다른 책에서는 우리의 현실 문제를 조금은 저돌적이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는데, 어느 책에서는 저출산 해법에 “자녀 한 명당 3억 원씩 지급하라”는 소제목을 달아 저자의 절박한 호소를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1부에는 지금 처한 저출산에 문제에 대한 우리의 현실, 2부는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과 성공 사례 그리고 3부에는 우리나라에 초점을 잡은 저출산 해결 방안을 제시합니다. 연구 진행 순서가 눈에 보일 정도로 깔끔한 구성을 하고 있으며, 박사학위 논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줘서 독서하는 부담도 없지 않아 있지만, 내용의 충실함은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책을 펼치면서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이 부러우면서도 우리나라에 과연 그런 식의 적용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가진 고정 관념을 극복하지 못하면 해결되기 쉽지 않은 영역이 저출산 문제라는 것입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이 저출산 문제에 실패했고, 그와 관련된 책이 이미 나와 있는 반면에 프랑스의 성공 사례에 대한 책은 서점에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 책이 유일해 보였습니다.

프랑스의 성공 사례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고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이 책은 앞으로 저출산 문제 좋은 교재가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의식하고는 있었으나, 주제에 대한 해법이 없어 왔던 저로서는 이 책을 통해 저출산 문제에 지적인 욕구가 해소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독자들에게 그런 유익을 선사할 책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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