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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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현재 우리는 재앙의 시대를 살고있다.



세계는 코로나19라는 혼돈의 터널 속 어딘가에 머물러있으며


언제쯤에야 그 끝에 다다르게 될지, 그리고 그 너머엔 어떤 풍경이 펼쳐지고


있을지 가늠조차 못한 채로 그저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렇기에 바로 지금이 재앙 그 자체를 진지하게 고찰해볼 적절한 시기라고 

말한다.



재앙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재앙을 예측할 수 있는가? 재앙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리고 재앙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우선 저자는 '재앙'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을 부정한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할 것은 우리의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인류종말급의 대재앙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으나' 대응의 실패로 

인해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모는 재난이며 이런 관점에서 볼때 이미 21세기만 놓고 보아도 

로나19 이전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세계적 금융위기, 국가의 실패, 이민 흐름의 폭증 

민주주의의 후퇴 메르스 조류독감 등 이런 재난은 줄줄이 이어져왔고 코로나19는 그저 가장 

최근의 사태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코로나19에 대한 실존이상의 공포에서 벗어나 의연히 바라보는 환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지진이나 홍수, 역병, 기상이변으로 인한 기근 등 우리가 천재지변이라 생각하는 재앙들 

역시 그 자체로는 불가항력적이고 예측불가한 자연재해이나 그 피해의 규모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우리의 대응이었고 실제로 역사상의 수많은 재난들은 그 시대의 사회구조 및 의식/

기술수준에 따라 인명피해의 수가 달라져왔음을 사료와 통계에 기반한 근거로 내세운다.




이처럼 재난은 비록 예측불가하고 불가항력적이지만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위기를 극복한 결과 더욱 단단해지는 '안티 프래질antifragile'상태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그렇다면 어째서 재난이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최초의 징후를 발견했을 때, 이 것이 회색코뿔소에 불과할지 검은 백조급의 사태로 

발전할지 아니면 드래곤 킹급 대재앙의 서막을 열지를 판단하고 대응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며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 챌리저호 폭발/ 1957-1958 아시아독감 유행의 억제 등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던 세 재난의 인과 비교를 통해 정책결정권을 가진 집단의 의식과 

단합에 따라 사태의 향방은 얼마든지 바뀔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재앙에 관한 재정의 및 고찰에 이어 이를 기반으로 현재 코로나 19의 확산과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의 처참한 방역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저자는 지난 역사를 통해 재난은 언제나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폭력적인 사회적 갈등이나 전쟁 등의 2차적 피해를 수반해왔다는 

분석에 따라 코로나19사태 이후의 세계에 일어날 수 있는 국제적인 사회 혼란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경고한다.



코로나19라는 재앙의 진정한 위험은 그 살상력 자체가 아니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한 

인명피해의 규모는 1947-48년의 아시아독감수준이며 이는 지금까지 발생했던 팬데믹 

중에는 경미한 편이다.


허나 세계화라는 네트워크로 전세계가 역사상 그 어느때보다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 

지금은 재난의 2차 파급력이 그 어느때보다 강력하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며 실제로 

전세계는 삽시간에 퍼지는 가짜뉴스들이 전염시키는 과장되고 허황된 공포에 요동치고 있다.


한 편에선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반대편에선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강력한 범국제적 단일 지휘체계라는 전체주의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사실상의 

전제국가인 중국은 자국의 체제의 유용성을 선전하며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비방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의 이러한 분위기가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격화되고 있던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를 본격적인 2차냉전시대라는 파국으로 끌고갈 위험이 있으며 현재 미국의 대내외적 

상황을 놓고 볼 때 이번 냉전에서도 미국이 승리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경고로 책을 마친다.




[둠:재앙의 정치학]은 저자의 말마따라 시의적절한 때에 나온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정치학'이라는 표제답게 이 책의 내용들은 일반시민이 아니라 정책결정권자들에게 

더 즉시즉효를 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내용 자체에서 저자만의 참신한 주장이나 

놀랄만한 정보는 없었지만 코로나 19가 이미 일상의 깊숙한 부분까지 침투해 그 추이와 

방역대책에만 천착하여 지금 현재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가를 객관화시켜 볼 여력이 

없던 요즘 같은 시기에 [둠 : 재앙의 정치학]을 읽는 것은 재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등 보다 거시적 시각에서 현 상황을 

환기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기후위기, 인구증가, AI나 유전공학의 위험하리만치 급속한 기술발전 등 우리가 

'미증유의 재앙'을 두려워 할만한 요인들은 많이 있지만 우리가 지난 과오 속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 각성을 활용할 수 있다면 그 위기의 터널 끝에 기다리는 것이 

인류종말이 아닌 안티 프래질 상태 일 수 있다는 말에 가벼운 위안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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