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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덕혜옹주의 삶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몇년전 티비에서 본 일이 있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어린 나이에 아버지인 고종을 잃고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식 교육을 받고 강제로 일본 백작이며 대마도 번주인 다케유키와 결혼하고 딸을 낳았으나 10년 동안 정신병원에 감금당하고 3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낙선재에서 여생을 쓸쓸히 마감한 여인.망국의 공주이였기에 불운했던 그녀의 삶이 참으로 안스러워 보였다.
작가라면 그녀의 삶을 그려보고 싶었을 것이다. 작가 권비영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야기였다'고 말하고 있다.
조선의 황녀임을 한시도 망각할 수 없었던 그녀는 자신과의 결혼에서 행복하려고 애쓰는 남편과도 행복하지 못하고 딸과도 가깝게 지내지 못한다.아버지인 고종의 갑작스런 죽음을
독살로 확신한 그녀는 학생일 때도 자신이 독살 당할 것을 우려해 보온병에 따로 물을 담아 다녔다.일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늘 고국을 그리워하며 지낸다.
그녀는 철저히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우울하고 불행하게 살아나간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해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로만 살아나간다. 그래서 불행했고 원치 않았던 삶 속에서 병들어간다.포기해야만 했으나 포기할 수 없었던 것 때문에 삶을 유지했고 그 삶은 외롭고 쓸쓸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견뎌야만 하는, 견디기조차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그녀가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깝다.작가도 주인공인 덕혜옹주에 대해 '옹주가 갈구하는 것들은 침묵 속에서만 지킬 수 있는 것들이었다.소리 내지 않고, 말하지 않고, 밝히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종내는 자신이 무엇을 갈구했는지조차 잊어야 하는 것들이었다.'라고 작품에서 쓰고 있다.
이 작품은 덕혜옹주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정을 이끌어 내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작품의 흐름상 뒷부분을 서둘러 끝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귀국 과정에 대한 묘사가 좀 더 상세하면 좋았을 것 같다.
개인의 행불행은 시대상과 무관치 않다.하지만 조선의 멸망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온 몸으로 감당한 사람은 왕족일 것이다. 어린 시절과 너무나 달라진 환경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불행하게 살아야만 했던 한 여인의 삶이 이 작품에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