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시집
#이인선평론가
#비의무늬
#조휘령시인
#비오는날시
본 책은 지식과 감성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인 입장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너란아이입니다.
비가 오려나 봐요. 하늘이 꼬물꼬물 거리며 비를 몰고 오는 게 보입니다. 내일 루지 타러 가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나가기는 틀린 것 같아요.
날씨와 딱 맞는 제목의 시집을 들고 왔어요.
비의 무늬,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으며 이 시집의 제목을 지었을까요?
궁금해집니다.
길가엔 두셋 새들 바깥 얘기
나누다가 붉은 화살나무 조막 꽃에
호기심 채우려고 보도석 옆 모여
앉으며 푸른 하늘 선홍빛으로
저녁이면 돌아와 숨 쉬는 둥지, 도시
*비의 무늬
우산 꽂이는 문 뒤에 있습니다.
젖은 옷은 벗으세요.
칵테일 맥주 한 잔이면
벽난로 불빛이 당신 얼굴에 번질 겁니다.
간판에 고인 물이 추- 욱-
조심하시고
웅덩이는 건너뛰세요.
재즈 한 토막으로 숨 고르고,
창밖에는
수백 가닥 물길에 끼어 있는 낙엽
상처를 숨긴 잎들이
참새처럼 표표-
휘파람을 불었어요.
젖은 구두를 벗으세요.
** 이인선 시인의 해설
이 시는 연극처럼, 장면 장면이 삭제되고 전환된다. 시적 화자인 그녀의 구겨진 일상은 일탈을 꿈꾼다. 비로 상징되는 극적인 드라마틱한 상황은 그녀 인생에 얼룩무늬를 그린다.
* 고도를 기다리며 (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에서 차용함)
빛의 알갱이들 소용돌이 따라
사라지는 소리들이 도로를 삼키며 스며든다.
계절은 몸집을 불리며
스테판 개벗나무 향해 총알을 장전하고
총알 하나 붉은 꽃잎 관통하니
물기 젖은 눈동자가 빈 하늘에 넘실거린다.
가리워진 시간
초록 풀꽃 적시는 비
"창가에 놓인 제라늄 화분의
빨강을 먹고 싶어요.!"
후두두 둑둑 빗방울 소나타에
허수아비 어울려 광장을 춤출 때
줄장미 한 송이
숨어서 피어난다.
** 이 시를 읽고 나서 얼른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찾아봤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인간의 삶을 단순한 기다림으로 정의하고 끝없는 기다림 속에 나타나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나타내는 소설이다. 이 시를 다시 읽어 봐야 할 것 같아 기다림이라는 이미지를 담고 다시 읽어 본다. 기대로 시작한 인간의 기다림이 슬프게 그려진다.
시는 다양성과 다름을 보고, 차이를 발견하며 각각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세계를 향한 다발적인 호기심, 다양한 사물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상상력의 확장을 하여 낯선 작품을 생산한다. - 이인선 문학평론가
*새 신발
새 신발이 아프다.
신발을 벗고 웃는다.
발가락 다섯 개씩 이쪽저쪽 살펴본다.
재잘 조잘 떠들며
비벼 대는 통에 웃프다.
동글동글 구슬이던 발가락이
납죽이 날씬한 세모가 되었다.
하루하루 오르고 내려도 항상 내 발,
문득 낯선 발가락 모습에 웃는다.
지금, 그대가 나를 안다고 하니,
신발이 낯설어도 안심하여 웃는다.
그래도,
돌아서며 물어보는,
나는 누구인가.
** 아픈 기억와 아픈 신발이 오버랩되어 시인 자신을 비추고, 하나의 모티브를 가지고 이끌어가는 시인의 감각적 능력이 돋보이는 시네요.
조희령 시인의 시를 드라마틱한 영상 기법의 초현실주의 실존철학 시라고 합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시들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시적 매력이 다가옴을 느끼실 거예요. 비가 곧 쏟아질 것 같네요. 시와 커피, 그리고 편안한 오후가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