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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너란 아이입니다.
얼마 전에 다산 북스에서
바다향이 나는 책이 도착했어요.
겉커버 색감부터
책을 덮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벽한 소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 하나 없는
소설 책이라
삼 일 정도 읽을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쉽게 읽히고,
어렵지 않으면서
감동과 반전과
설렘까지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면 그 애틋하면서 설레는 이야기
그 안에 있는 반전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처음 50페이지까지 읽고, 저는
훈남 훈녀의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썸을 타든 호감을 가지고 있던
그런 느낌은 늘 새롭고 좋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오묘한 느낌만은
아니었어요.
처음 이야기 해볼까요?
사진관을 그만 두고 제주로 내려 온 제비는
한 달간의 제주 생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울로 올라가기 전 이층집처럼 생긴
하얀색 건물 "하쿠다 사진관"에
들어오게 됩니다.
사진관을 그만 두고 또 사진관에 취업이
싫긴 하지만 또 잘하는게 사진관 일이라~
단기 직원을 구한다는 석영의 말에
이력서를 쓰고
또 다시 사진관 일을 시작하게 되지요.
( 참고로 석영은 88년생 훈남, 오너이구요.
제비는 20대 평범한 구직장인,
제비는 본명이 확실합니다^^)
제비는 근무처도 근무여건도
심지어는 오너까지도 맘에 드는
하쿠다 사진관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도
해녀들이 물질하는 날마다
바다로 나가 양희라는 해녀의
짐을 들어주는게
너무 신경 쓰였고, 싫었습니다.
(삼각관계? 뭐 이런건가?
아니면 짝사랑? 아니면 무엇일까?)
"석영이 갑자기 제비를 찍었다.
제 사진을 지우세요!
지워요? 이게 필름 카메란데?"
그 사이 첫번째 손님이 들어왔어요.
헬멧을 쓴 라이더들
석영은 1년에 딱 3일만 사춘기
소녀로 사는 그녀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사진을 보며 포토뷰파티를
합니다.
그녀들은 여고동창생들이었어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같이
밀어주고, 끌어주던...그래서 그랬을까요?
소설을 읽으며 눈물이 핑~
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나는 저렇게 늙어갈 수 있을까?
마치 제 미래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끝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되었어요.
모든 것들이 단서였지만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반전이었죠.
반전은 이제 시작이죠.
그의 과거, 일기장
"아내에게 휴가를 주자.
친구들과 즐거운 여행.
그동안 아이와 둘이서 여행
사진을 찍자.
메모를 보고 제비는
깜짝 놀랐다.-p.99
하지만 이것도
그에 대해 얘기 하고 싶었던
작은 장치에 불과했어요.
코발트빛 바다와 커피색 해안사구가
스크린 위에 펼쳐졌다.
사구에 난 구멍들을 피해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걸었다.
그 사진을 보며 예비부부는 말이
없었다.
그들은 조용히 더듬어
손을 잡았다.
제비가 그런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 p.132
대왕물꾸럭마을의 축제
이 마을은 축제가 있는데
금어기 전에 잡아둔 문어가
수조를 나와 마을 사람들 중
한 사람을 선택하면
한 해 동안 무탈하게 된다는
전설이 있었어요.
문어는 제비를 선택했다.
문어는 끝까지 저항하며 제비의
머리에 있는려 했다.
문어가 떨어지자마자 제비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석영이 다가와 손수건으로
제비의 머리를 닦아 주었다.- p.150
대왕물꾸럭 신의 가호가 있었는지
하쿠다 사진관은 예약이 잇따랐고,
내년 봄 축제때를 위해
제비는 해녀 양희에게
수영을 배워야 했어요.
( 제비의 풀 네임은 연제비
해녀 양희는 고양희 )
하지만 물이 무서운 제비
양희는 무섭게 훈련을 시킵니다.
"네가 가장 무서워하는 게
있을 거 아냐?
그 일이 일어난다."
제비는 두려웠지만
해내야 했기에 온 힘을
다해 수영을 배웁니다.
"모두가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줄 알았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
인생에 너무 많았다.
하지만 하쿠다 사진관에서
일하며 그들은 깨달았다.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사람은 조금쯤
행복할 때가 있다.
슬픔도 원망도 그럴 땐 잊어버린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사랑할수록
사랑스럽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면
더욱더 소중해진다.
여행의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그는 비행기를 찍었다.
여행이 모두 끝났다. - p.356
음력 2월 초하루. 양력으로는
2월 20일
드디어 대왕물꾸럭마을의
축제날이 돌아왔어요.
제비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녀는 다시 살아가야 하고
잊지 못하지만 때로는
잊고 살아야 하는
그녀의 또 다른 심장은
무엇이었을까요?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도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것들을
온전히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극복할 수 없는 과거는
그냥 과거의 것으로 남겨두는 건
어려운 일일까요?
그저 사진 속 과거로 말이지요.
행복한 순간들도,
잊고 싶은 순간들도
인정하고 싶은 현실의 아픔도
모두
하쿠다 사진관에서
남겨 드립니다.
더운 여름
후루룩 읽히는
하쿠다 사진관과
함께 하시는 건
어떠세요?
다 얘기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지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