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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학 수업 -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죽음학 수업.
소설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수업이 아니다. 지은이'에리카 하야사키'는 사실의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지 않고 소설 문장처럼 구성한 내러티브 저널리즘으로 글을 쓴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연구분야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문학 저널리즘 프로그램 조교수. 그것이 그녀의 본업이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내러티브 논픽션 장르이다.
등장인물과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라고 한다. 에리카 하야사키는 그 어떠한 사건의 조작도 없고, 다른 책에서 인용한 구절도 없다고 밝힌다. 인용... 교수라면 민감한 부분이긴하다. 이 책을 쓰기위해 심리학, 철학, 죽음과 임종, 정신건강이라는 주제의 책과 논물을 백권이상 접했으며 전문가들과 인터뷰도 수없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자들의 딱딱한 느낌의 연구결과를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는 거리감이 있고, 그래서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사건을 재구성했다.
프랑스어 수업 중 벌어진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을 재구성하여 이야기를 진행시켰고, 킨 대학교 죽음학 수업을 누구에게나 공유하게된 의미있는 책이기도 하다. 무려 3년을 기다려야 수업을 마칠 수 있는 독특한 죽음학 수업... 이 책 한권으로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죽음의 뜻을 새로 쓰게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실제 수업내용에 근거하여 각 장마다 과제가 주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킨 대학의 죽음학 수업을 듣는 느낌을 받는다.
솔직히 가벼운 주제는 아니다. 인생을 수십년 살아온 사람도 죽음 앞에서는 달관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들에게 있어 아직 풋내기엔 내가 죽음을 논한다는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죽음은 나이와 무관하게 찾아온다. 천수를 누리다 평안하게 잠드는 사람이 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현대사회. 언제든 죽음이 찾아올 수 있고 주변에서도 죽음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떻게하면 잘 죽을 수 있는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죽음을 그저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이해하여 현재의 삶에 감사하고 삶을 사랑하길 바라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참고자료와 수업의 내용, 그리고 이야기의 진행순서와 이야기하듯 써내려갔지만 그저 지어낸것이 아닌 실제같은 디테일... 에리카 하야사키가 얼마나 공들여 쓴 글인지 알 수 있었다. 간단하게 책을 읽는것도 좋지만 각 장(세션)마다 주어지는 과제를 직접 해보는것도 재밋을것 같다. 나도 몇개정도는 해봤지만 모든 과제를 다 진행하면서 책을 읽으면 한도끝도 없을것 같아서 남은 과제의 이행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한번 읽고 처박아둘 책이 아니라 문득문득 떠오를때 다시 꺼내읽어도 좋을 소장가치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책 표지에도 나왔던 구절이지만... 역시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난 뒤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