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연쇄살인범과 카리스마 형사의 대결을 그린 시즈쿠이 슈스케의 장편소설. 일단 책의 두께에서 놀랐다. 총 631페이지에 달하는 한권. 책의 첫장을 펼치자 마자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흔한 목차도 없고, 작가의 말 같은 것도 없다. 페이지 한쪽 낭비없이 소설의 내용으로마 가득채운 점이 신기하면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 정보를 검색해보니 이번에 나온 신작은 아니었다. 2006년에 이미 국내에서 출간되었고, 당시에는 1,2권으로 나누어서 나왔는데 이렇게 한권으로 묶어서 다시 출판 된 모양이다. 출판사도 다르고 번역가도 다르니까 예전에 읽었던 문체와 조금은 다를지 모르겠다. 물론, 나는 이번에 처음 읽게되는 소설이다.


어린이 유괴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잡지못해 아이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유감을 표할 뿐 자신들의 수사에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말라는 것이 상부의 지시. 하지만 주인공인 마키시마 형사는 대놓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다. 


희생자는 이미 넷. 일년이 지나도록 사건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경찰은 수사관 한명을 TV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무리수를 둔다. 연이은 희생에 따른 국민들의 분노와 비난의 화살이 경찰을 향해 있었고, 그 모든걸 오롯이 받아낼 경찰 내 희생자가 한명 필요했던 것이다. 그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마키시마 형사였다. 경찰의 높으신 분들은 뒤에 숨어서 밥그릇 걱정만 하고 있을 때 육년 전 수사 실패의 책임을 떠 앉고 좌천되었던 형사를 내세워 국민들과 매스컴의 공격을 받게 만들었다.


썩을대로 썩어버린 경찰 내부와,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범인. 상황이 이렇기에 이 소설은 보통의 수사물과는 다르다. 범인과 형사가 몸을 부딪히며 싸우는 혈투가 아니라, 카메라 너머에 숨어있는 범인과 고도의 심리전이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말도 안되는 작전 (그저 경찰의 총알받이를 세워두려는 꼼수였는데)이 의외로 먹혀들어서 범인과의 접점이 생겨난다. 쉴틈없이 계속 이어지는 전개도 독자의 몰입도에 크게 기여하는 것 같다. 


제목 그대로 '범인에게 고한다.' 그리고 범인은 반응한다. 인간의 심리, 범죄자의 심리, 그리고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속에서 희망을 가지게 만드는 마키시마 형사의 노력을 보고 있으면 현실에도 이런 사람이 한둘 쯤 있으니 그나마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 값도 부담되는 요즘 한권으로 묶어서 나와주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책이 너무 두꺼운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했던 '범인에게 고한다' 색다른 수사방식의 형사 소설을 원한다면 추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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