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조선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8
김소연 지음 / 비룡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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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세기 초, 그러니까 구한말이라고도 불리는 1905년 대한제국의 위기상황. 1904년 월에 시작해 1905년 9월 포츠머스 강화조약으로 끝을 맺은 단기 국지전인 '러일전쟁'. 하지만 전쟁이 종결되고 불과 두 달 뒤인 11월에 '을사늑약'이 채결되고 대한제국은 한일병탄의 수순을 밟게된다. 당시 대한제국은 전쟁의 당사국이 아니었음에도 가장 큰 격전장이 되어 큰 피해와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한국의 작가가 쓴 장편소설이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물다섯살의 러시아 청년이다. 잔혹한 학살의 현장에서 도망치기위해 한반도로 숨어들었지만, 러일전쟁이 한창 진행중이던 한반도는 그 은둔객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러일전쟁이 끝나고 한,일 관계를 객관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자가 필요했던 걸까. 그렇게 러시아의 젊은 청년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슈마로코프'라는 인물이 탄생하게 되었다.


소설이라고 해서 모든것이 허구는 아니고 실제로 1904년에서 1905년 사이 러시아에서 조선을 탐방하기위해 방문한 탐사대의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주변의 열강들과 멀리 미국과 서유럽의 강대국들까지 관심을 가지던 동아시아 패권을 다투는 중심지. 다른 나라의 탐사대 기록도 존재했지만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두보격인 유라시아 대륙의 러시아 탐사대의 기록은 어딘지 모르게 문화적으로도 어색하지 않게 상황을 잘 이해하고 전달하고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앞서 말한 주인공 알렉세이와 산전수전 다겪은 다혈질의 퇴역 군인 비빅, 러시아로 귀화난 조선인 통역관 니콜라이 김. 그리고 조선인 소년 근석... 4인의 탐사대가 직접 몸을 부딪히며 느끼는 1905년 조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개성있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픽션으로 꾸며진 소설이지만 당시 조선이 주변 열강들에 의해 얼마나 비참하게 유린되고 또, 그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힘쓰던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존경스러웠는지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지레 겁을 먹고 자기 자신과 가문, 그리고 왕실의 안위에만 혈안이 되었던 집권층이 외면하던 수많은 생명들... 하지만 그들은 가혹한 운명에 절망하거나 굴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절망하여 굴복하는 순간 그들에게 남은건 죽음 뿐이었을테니. 조선과 일본이 아닌 제 3자의 눈으로 본 조선의 모습이라서 그런지 더 생생했다. 개인적인 감정이 배제된 (실제로 완벽히 배제시키진 못한 것 같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특히, 러시아 인으로 구성된 코레야 탐사대와 함께 여행하게된 조선인 소년 근석의 변화도 눈여겨볼만하다. 그 동안 의심조차 하지 않고 살아왔던 조선의 규칙들. 하지만 근석은 탐사대와 조선을 둘러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게된다. 지금까지의 조선은 이제 작별하여 떠나보내고, 새로운 조선을 맞이하고 싶은 열망 말이다. 왕과 귀족들의 조선이 아닌 백성이 주인인 조선. 그렇게 변화하는 근석을 보며 주인공 알렉세이도 많은 것을 깨닫고 진심으로 마주대하게된다.


역사를 바탕으로 의미있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구성해 놓은 책이었다. 이 책에 재미를 느껴 실제 역사를 좀 더 눈여겨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나라가 위기에 빠지는 이유는 단지 침략자의 횡포 뿐 아니라 그 나라 안에서부터 썩어버린 부정부패와 기타 여러가지의 문제들을 배제하면 안된다는 중요한 사실도 깨닫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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