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 - 엄마한테 읽어주는 시와 에세이
송정연.송정림 지음, 류인선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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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시집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엄마를 위한 시와 에세이가 담겨있는 감동적인 책이었다. 엄마한테 읽어주는 시라고 써있긴 하지만 꼭 엄마가 아니라도 상관없을듯 하다. 물론, 몇몇 시는 엄마만을 위한 것도 있었다. 그저 희생의 아이콘이었더 엄마를 이해하고 느끼고 있다는걸 전달하는것만으로도 의미가 큰 글귀들... 그래서 시가 대단한것 같다.


한 사람의 시만 수록되있는것이 아니다. 

동서양의 좋은 시들이 두루 담겨있는데, 시에대한 유래를 따로 써주거나, 엄마에 대한 회상을 수필형식으로 써놓기도, 그냥 문득 생각이 나는 내용을 적어놓기도 하며 '시+에세이' 를 적절하게 배치했다. 


평소라면 시만 가득한 책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서 꺼렸을지도 모르지만 이야기가 있는 시집. 어려운 말은 풀어서 설명도 해주는... (그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던, 객관적인것이던 상관없었다.) 꽤나 친절한 시집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엄마한테 읽어주는 시집 답게, 제목에 어울리고 가슴에 깊이 남은 시 하나를 소개해 볼까한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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