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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장의 전당표 - 전당포 주인이 들려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29
친쓰린 지음, 한수희 옮김 / 작은씨앗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는지 전당포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취업도 힘들도 돈에 쪼들리니까 집에있는 물건들이며 패물을 맞겨서라도 돈을 빌려써야하는 실정... 나는 아직까지 전당포에 가본적은 없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일하던 곳이 전당포라는 것을 알아보긴 했지만 피부로 와닿는 경험은 없는것이다. 단순히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리고, 돈을 갚지 못하는 물건이 헐값에 처분되어 지는곳... 사채업자와 다를게 무얼까? 이런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있었던 전당포라는 존재는 그렇게 단순한것은 아닐것이다. 모든 물건에는 사연이 있고, 그런 소중한 물건을 맡기러 오는 사람들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실제 전당포를 운영한 주인이 쓴 실화이다. 그동안 전당포를 운영하면서 만나온 사람들과 물건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사연들 중 손꼽는 29가지 이야기를 이 책속에 담았다.
황당한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하고, 때론 감동적인 (대부분 감동코드가 많은 편이다.) 이야기가 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소제목에는 전당표를 넣어줬는데 한눈에 이야기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떤 물건인지, 등장인물의 이름은 뭔지, 성별과 날짜까지... 지금은 정보화시대가 되어 이런 전당표대신 컴퓨터를 쓸것 같은데 몇십년전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참고로 이 전당포 주인은 중국사람이다. 한국과는 정서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사람 사는곳이 다 똑같지 않을까?
전당표에 얽힌 이야기가 끝나면 매번 다른색의 글씨로 전당표의 교훈을 읽어볼 수 있다. 어떠한 이야기에도 교훈은 남는법. 이 오래된 전당포 주인이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이 교훈에 모두 녹아 있는걸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삼십년이 넘게 전당포를 운영하며 전당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장학기금을 설립해 가난한 학생들을 돕고, 본인도 어려운 가정형편때문에 시작한 전당포인 만큼 많이 배푸는 것을 신조로 생활하고 있는 지은이 '친쓰린'의 29가지 이야기. 추억이 서려있는 소중한 물건부터, 집안의 가보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전당포에 들어오지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경험을 한것이 이 전당포 주인에겐 최고의 행운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