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베넥티드 컴버비치 주연의 영화 '이미테이션게임'이 만들어지는데 큰 영감을 준 소설이라고 한다. 영화의 원작이라고 하기는 힘든게 사건의 구성이라던가 등장인물이 영화와는 다른부분이 많다. 영화에서 '앨런 튜링'이 나치의 비밀암호를 풀어내는 특수임무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면 이 소설에서는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일생을 예민하고 철저한 수사관의 시점에서 파헤치고 있다. (물론, 영화에서도 비슷한 수사관이 등장하기는 했다.)

앨런 튜링에 의해서 정립된 튜링테스트, 그리고 튜링머신...

오늘날 우리가 컴퓨터라고 부르는 기계의 시초이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기 전까지 그의 존재마저 모르고 살았었는데 인류를 위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또 한사람을 알게되어 기쁘다.

실존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역사적인 팩트와 소설을 매끄럽게 연결시키는게 중요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싶은 작품이다. 지루해질 수도 있는 실화를 드라마틱하게 잘 이끌어낸 연출력이 추천할만 하다.

영화 '이미테이션게임'을 본 사람이라면 소설을 접하는데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겠지만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 책은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영화를 봐서 똑같은 이야기가 나올까 꺼려지는 사람에게도 책과 영화는 비슷하긴 해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도 괜찮기는 했지만 소설속의 앨런 튜링의 인물묘사가 더 맘에 들었다. 영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천재는 괴짜라는 일반적인 공식으로 과장되게 표현한감이 없지않아 있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앨런 튜링은 약간 괴짜스럽기는 해도 확실히 천재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준다. 마냥 억지부리고 고집스럽지도 않고, 대인관계가 조금 약했을 뿐이지 누가보더라도 천재임이 확실해보이는 주인공이다.

음... 이 책의 장르를 정확히 무어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실화를 바탕으로 썼으니 앨런 튜링의 전기같은 느낌도 있다. 하지만 정확히는 전기보다는 스릴러물에 가깝다. 정치적인 스릴러물로 앨런 튜링에 대해 관심을 가진 냉철한 수사관이 또하나의 주인공이다. 그가 하나하나 파헤쳐나가는 앨런튜링의 정체... 그리고 영화에서도 다 보여주지 않았던 그의 업적과 비밀들이 소설속에 담겨있다. 소설이기에 그것들이 전부 사실이라고 할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어디까지가 팩트인지 조금 헷깔릴수도 있지만 재미를 위해 그정도는 포기해도 될것 같다. 영화와 더불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