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김경주 지음 / 열림원 / 2015년 1월
평점 :
김경주 시인의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시인이자 희곡작가인 '김경주'의 희곡 작품이다. 정확히는 그중에서도 흔하진 않은 시극이다. 그림 한점 없는 흰색의 책표지... 이게 전부 제목인가 싶은 긴 제목을 가진 책. 얇고 어느 가방에 넣고 다녀도 별로 부담이 되지 않을 크기의 작은 책이지만 이 안에 지은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시인의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시인이 되는것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감상적으로 바뀌는건 조금 느껴진다. 게다가 이 책은 일반적인 시집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연극을 좋아한다. 지난 몇달간 그 좋아하는 연극을 자주 보지 못해서 아쉬움도 컸지만 똑같은 공연을 봐도 볼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른 무대위의 연극을 좋아한다. 이 책은 그래서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떤것 같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무대를 그리고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렇게 읽으면 비로소 제대로된 재미를 느낄 수 있는것 같다. 여백도 많고 분량면에서는 그리 길지 않다.
김씨, 파출소 직원, 소년, 외국인 아내
이렇게 몇 안되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작은 소극장에 어울릴만한 연극의 희곡이다. 폐기된 해수욕장의 작은 파출소와 녹이 슨 미끄럼틀과 해변의 쓰레기들이 보이는 적막한 바닷가. 가끔씩 멀리 등대가 불빛을 비추는것으로 그 적막을 깰뿐이다.
'손을 밟히면 하늘을 올려다보죠. 하늘에 물고기들이 날아다녔어요.'
대사들을 가만히 읽어나가다 보면 일정한 리듬이 느껴진다. 시인이 써내려간 시극이라서 그런걸까? 소외된 사람들의 인생을 듣다가 점차 취기가 오르고,독자이자 관객도 이야기에 흠뻑빠져들때 즈음... 그리고 3막에 이르러서 시차를 무시한 모든 기억속의 등장인물이 한데 모일때 이야기는 극적으로 변해간다. 무대위에서 어떻게 표현되어질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시극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는것 같다. 일년에 한두번 공연소식을 들을까 말까한 비인기의 시극이겠지만 누군가에겐 더욱 여운이 길고 호소력 깊은 이런 작품들이 계속해서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