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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장 이야기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4년 12월
평점 :
많은 사진과 함께 옛 물건들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책을 한권 읽게되었다. 식기장 이야기... 부엌도구만 나열해놓은 책인줄 알았는데 여러가지 옛날물건들이 등장해서 신기해하며 읽었던것 같다. 지은이가 말하는 식기장의 뜻은 이 책 자체가 옛 숨결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식기장'이라고 했다. 사라져가는 것이 소중한 이유는 그 안에 담긴 고유의 가치 때문이라며 전통 식도구들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정신적 가치라고 말한다. 정신적 가치...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책을 읽으며 처음보는 식도구를 만나기도 하며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했다. 이렇게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그런것이 존재했는지도 모를 전통, 그리고 문화. 그것이 지은이가 말하는 우리의 정신적 가치인걸까?
옛 물건을 직접 보관하고 보여주며 손자,손녀들에게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해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점점 줄어든다. 시대의 발전에 맞춰서 옛것이 잊혀져 가는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존재 자체가 사라져선 곤란하다. 애초에 그런것이 있었기에 새로운것의 시초가 되었고, 또 언젠가 그것들이 창조의 씨앗을 제공해줄지도 모른다. 나도 몰랐던 식도구들을 보며 나중에 내 후손에게 이런것들이 있었다고 설명해줄 수 있다는게 괜시리 기분 좋아진다. 오래된것은 풍화되어 사라져도 지식은 영원하고, 전통과 정신적인 가치는 없어지지 않는다는것.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두면서까지 읽을 책은 사실 아니다. 철학책도 아니고, 그렇게 무거운 느낌도 아니다. 가볍게 여러가지 처음볼지도 모르는 물건들의 설명과 그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식기의 설명외에도 여러가지 일화를 들어 문화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고 있다. 많은 사진과 그림도 포함되어 있어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상상하는것이 아닌 보는 즐거움이 있어 좋았다. 책의 끝부분에 있는 '종희아저씨의 고봉밥'이 떠오른다. 어릴때 시골에 놀러가면 밥을 정말 수북하게 담아서 먹는모습을 보곤 했는데... 아련하고 기분좋아지는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