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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멋진거야
사라 N. 하비 지음, 정미현 옮김 / 작은씨앗 / 2014년 12월
평점 :
"아흔 다섯 살이나 먹은 할아버지를 내가 돌봐야 한다구!?"
주인공에게 닥친 인생 최대의 시련이다. 로이스는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엄마에게 이끌려 남동쪽 끝에 있는 노바스코샤주에서 반대쪽 끝에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로 이사했다. (얼마나 먼 거리인지 지도로 찾아보니 진짜 화가날만하다.) 좋아하던 아이와도 생이별을 해야하고 친한 친구들과도 안녕이다. 게다가 새로 전학간 학교조차 모노바이러스에 걸려서 집에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그렇게 심심한 찰나에 이모의 계략으로 왕년에 잘나가는 첼리스트였지만 지금은 그저 치매노인인 95세의 할아버지를 떠맡게된다. 물론, 엄마가 제시한 거액의 알바비때문에라도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로이스의 일기는 시작된다.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가 나와서 그저 훈훈한 감동만 전해주는 휴먼드라마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몇장 넘기지 않아서 그 생각이 빗나갔다는걸 눈치채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하루종일 MTV와 드라마를 섭렵하고 아이돌 노래를 따라부르며 매사에 고집불통이고 무뚝뚝하기 까지 하다. 완전 제멋대로의 십대청소년같은 할아버지를 계속 지켜보던 로이스도 그런 할아버지가 귀엽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할아버지의 건강도 악화되고 누가 보아도 삶의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게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가 로이스에게 꺼낸 삶을 그만 끝내고 싶다는 한마디. 철부지 같았던 로이스가 할아버지의 삶의 의지를 되찾게 해줄것인가. 어찌보면 그 뒤는 뻔한 드라마라고 생각되었지만 세대를 넘어선 공감대를 이룬 할아버지와 로이스의 관계가 너무 보기 좋았고 응원하고 싶었다. 훗날 로이스가 어떤 봉투를 열게되고, 쪽지나 다름없는 줄처진 노란종이에 적혀있던 몇글자.
로이스에게
네 엄마를 잘 돌봐라
차를 잘 맡아둬라. 항시 최상품으로 넣어줘라.
세상 구경 잘 해라.
딱지도 잘 떼라.
장하다. 고맙다.
아서가
짧은 단어의 조합이었던 그 편지로 할아버지와 로이스가 어떤 감정이었는지 한번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유쾌함도 있고, 감동도 있었던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문득 마지막 유언도 제대로 못남기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울적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