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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싫은 것도 아니고 두려워할 존재였던가? 빼빼로는 그냥 과자 아니던가? 가느다란 막대과자에 초코렛을 입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고있는 바로 그 과자말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빼빼로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과자에서 어떠한 상징적 의미로 변해버린 빼빼로는 그저 먹을거리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은이 박생강
이름이 특이해서 설마 본명은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필명이다. 『수상한 식모들』 이라는 작품으로 2005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진규 작가이다. 생강이라는 필명은 생강이 몸에 좋다는 건강서적의 표지를 보고 충동적으로 정했다고 한다. (헐...) 박생강 이라는 필명으로 내놓는 첫번째 작품인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는 새로운 필명을 쓴것만큼이나 기존 작품과는 다른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현실사이의 괴리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소설 속 주인공은 어쩌면 작가 자신인지 모른다. 작가의 원래 느낌처럼 정통소설을 기본으로 하고있는듯 하면서도 풍자와 유희, 넌센스 독특한 과대망상(?)까지 가득 담긴 소설이다. 다시한번 필명으로 활동하게 된 작가의 이유를 알것같다. 누구든 속에는 꺼내지 못하고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이 그득하니까. 적어도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어느정도 하고싶은말을 쏟아냈다고 느껴진다. 물론, 앞으로 할말은 더욱 많아 보이지만...
어느날 심리 상담소를 찾아온 한 소녀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의 연인이 빼빼로를 병적으로 두려워 한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그녀의 말을 듣고, 상담사는 그 '빼빼로 포비아'를 해결하기위해 빼빼로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거창하게 빼빼로 포비아라니? 애초에 그런 단어가 있던가. 모든 발견과 학문은 처음 이름붙인사람 마음이니까 아무렴 어떤가. 그렇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문제의 인물을 만나게 되는 날, 지금까지 상식적으로 여겨왔던 모든것이 무너져 내리는 혼란을 겪게된다. 독자도 혼라스러울것 같다. 나도 혼란스러웠으니까. 솔직히 대충 읽으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다. 어려운건 아닌데 어렵다. 일상적인 말을 전하고 있는데 전혀 일상적이지 않다... 작가가 숨겨놓은 독이 여기저기 상상력을 자극하고 괴롭힌다. 지금 내가 무슨말을 하고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작가도 딱 그랬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다시 보니까 표지 디자인을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필명을 사용하면서까지 쓰고싶었던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전작을 읽어본 사람이나 대부분의 독자들이 당황할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일상적이고 우리도 겪어왔던 인생이 묻어나는 소설이다. 추천을 할만한 대상을 찾기 애매했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들의 머릿속이 딱 이책과 공감대를 이룰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