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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의 순간 - 영화감독 17인이 들려주는 나의 청춘 분투기
한국영화감독조합 지음, 주성철 엮음 / 푸른숲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데뷔의 순간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지금 이 공간에 글을 쓰고 있는것도 처음엔 영화감상을 쓰면서 부터이다. 처음에는 5줄 남짓의 짧은 감상문이 점점 더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자세해졌고, 어느정도 나만의 글쓰는 스타일도 잡혀나갔다. 여튼, 영화와 관련된 책들도 재밋게 읽게되는데 이번에 읽은 『데뷔의 순간』 역시 막힘없이 읽어나간 책 중 하나다. 이름만 말하면 알만한 대한민국 대표 영화감독 17인이 들려주는 청춘 분투기. 책에서는 그렇게 설명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분투기라는 단어가 딱 와닿지는 않는다.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던건 확실하다.
소설은 아니지만 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17인의 영화감독... 엮은이는 주성철 이지만 그를 이 책의 저자라고 표현하기는 애매하다. 책 맨 앞의 설명부터 지은이를 '한국영화감독조합'이라고 명시해놨다. 책에 나오는 영화감독들의 이름부터 나열해야겠다. 김경형, 김대승, 류승완, 민규동, 박찬욱, 방은진, 변영주, 봉준호, 양익준, 이준익, 이해영, 임순례, 장철수, 정윤철, 최동훈, 한지승, 허진호 (17명 맞나?) 이렇게 많은 영화감독들이 나오는데 몇명 빼고는 대부분 아는 이름들 이었다. 최근까지 열심히 영화제작에 힘쓰고 있는 감독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다.
병신 같지만 멋지다! 라는 말을 들어본적 있을거다.
엮은이(주성철)의 서두에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무슨 놈의 청춘이냐.' 라는 댓글을 읽고 한참을 데굴데굴 굴렀다고 한다. 나는 같은 내용을 봤지만 데굴데굴 할정도는 아니었지만 중요한건 청춘이 대수냐!? 청춘이 밥먹여주냐? 이렇게 청춘담론은 예전과 다르게 점점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자신에 대한 일침을 날린걸지도 모른다. 수많은 청춘담론이 있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바로 영화 감독! 이미 감독이 되었으니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들의 데뷔를 하기까지 겪었던 고민과 목표를 위한 열정을 얘기해준다.
주인공이 17명인 책이라서 전부 소개할수도 없고, 독후감에 내용을 다 말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그중 몇명의 글귀를 옮겨 적어본다.
뒤늦게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뛰어든 사람으로서, 단꼐를 밟아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모습의 감독이 되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감독의 길에는 '숙련' 같은 게 없는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하면, 이창동 감독님은 자신은 마흔세 살에 데뷔 했다며 그저 매순간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정확히 알 것 같다. // 방은진 감독
배우의 삶을 살아가다 영화감독으로 전향한 여성감독.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고 데뷔의 순간이 다른 감독들과는 사뭇다를거라 생각이 되었다. 최근에 그녀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며 눈물까지 흘렸었는데 확실히 그녀의 말에 공감이 된다. 예술적인 직업이라는건 물론, 어느정도의 숙련기간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저 숙련이 계속 된다고 반드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것은 아니란 얘기다.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영화감독들의 데뷔작들은 스스로 부끄럽고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많겠지만 가장 열정적이고 감독의 성향이 잘 드러나 있기도 한것같다. 청춘을 영화에 쏟아붓고 감독이라는 칭호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까... 감독뿐 아니라 모든일이 그런것 아닐까? 나는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었던것은 아닐까...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갖게된다.
각 장은 감독들이 직접 쓴 글들로 채워졌는데, 데뷔작을 만들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도 알 수 있었고 추억의 영화들 사진이나 감독의 데뷔시절 사진들도 볼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가끔 삼천포로 빠지는 감독들도 있었지만 각자의 전문분야가 다른거니까 사람의 성향이 그렇구나 하며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꼭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청춘과 열정이라는 두가지 키워드에 대해서 느껴보고 싶다면 『데뷔의 순간』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