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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사라졌다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0
박현숙 지음, 김현영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10월
평점 :
나이랑 어울리지 않게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좋아한다. 동화책은 모든 판타지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에 살을 조금 더 붙이면 어른들의 동화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할머니가 사라졌다] 역시 권장연령 초등학고 1~3학년 정도의 저학년 그림동화였다. 그림이 한국적이고 귀여워서 읽게된건데 생각보다 글도 많은 편이었고, 내용도 알차서 놀랐다. 분명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적당한 수준의 이야기인데 어른들이 읽어도 전혀 거부감없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단순히 교훈을 주려고 주입시키는게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것... 서른이 넘은 나나 아이들이나 다를게 없다는걸 책을 읽으면서 느끼고 좀 창피해지기도 했다.
어느날 갑자기 할머니가 사라졌다. 가족들은 그냥 운동나가서 늦는걸로 생각하고 아무도 대수롭지않게 여기지만 돌아오지 않는 할머니. 그제서야 가족들은 부랴부랴 할머니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회사일로 바쁜 아빠도, 미용실 때문에 바쁜 엄마도, 중학생이라서 학교와 학원때문에 정신없는 형마저도 할머니가 어떤옷을 입고 어떤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었는지도 기억 못하고 있다. (과장된것 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다.) 초등학생인 반재가 할머니에대해 약간 기억하고 있을뿐이다. 가족들은 반재가 할머니와 가장 친했을테니 이것저것 기억해보라며 기대를 가진다. 하지만 반재 역시 할머니와 그리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양심에 찔린다.
사흘이 지나도록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고, 혹시 사고를 당한건지 가출을 한건지 여러가의 의문을 남기며 가족들은 할머니가 없는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낀다. 집안일을 도맡아하던 할머니... 하지만 눈앞에서 안보이고 나니까 그 빈자리가 느껴지나보다. 아이들 책답게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지만, 엔딩마저 조금 아이러니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함께 사는것만으로 진짜 가족이 아니라는것을 깨닫게해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려면 본인부터 잘해나가야겠지. 초등학생 반재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일상속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사건이지만 재미있게 풀어냈고, 중간중간 들어간 그림삽화도 많고 그저 귀엽기만 한 그림이 아니라서 보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