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던 제법 재미있게 읽은 책의 후기를 적어본다. '가와무라 겐키'의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인데 220페이지 짜리 짧은 한권이지만 나름 많은것을 느끼게 해줬다. 사람의 인생, 생명, 죽음,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의 일주일을 통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가 어떤 위치이며 평소에 하찮게 여기고 없어져버렸으면 하는 것들(물건이던 생물이던)이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주인공과 함께 깨닫게 된다.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기에 자칫 무거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될 수 있는데 이야기는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한편으로는 실제로 죽음앞에서 그렇게까지 초연해질 수 있는걸까 생각이 들정도로...




감기가 심해진것같아 찾은 병원에서 희귀뇌종양4기(말기)판정을 받고 당장 내일 잘못되어도 이상할게 없다라는 얘기를 듣게되는 주인공. 우편배달부 일을 하며 취미라곤 영화보는것이 다였던 앞날이 창창한 서른살의 젊은이다. 막상 죽음을 눈앞에 두고 뭘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생각해낸건 너무 식상한 '죽기전에 해야할 10가지 일' 리스트를 작성하는것이었다.하지만 리스트를 작성하는 본인이 우스웠는지 이내 그만두고 만다. 그때 갑작스런 방문객이 찾아오는데...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알로하 셔츠의 남자. 그는 자신을 악마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당신은 내일 죽게된다고 전하러 온것이라 한다. 하지만 특별한 계약으로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악마의 제안... 흔히말하는 악마와의 계약? 조건이 조금 특이하다. 세상에서 어떤것이든 한가지를 없애면 생명을 하루 연장시켜주는것. 다만 사라지는것을 정하는것은 악마 마음대로! 그렇게 주인공과 악마의 계약이 맺어졌고, 첫째 날 세상에서 전화가 사라졌다. 그 이후로 영화가 사라지고, 시계가 사라지고, 고양이가... 주인공은 세상에 뭐 한둘쯤 사라져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것이라 여기고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소한것 하나하나에 자신의 생명과 바꿀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것을 느끼게 된다. 


인생과 죽음에대한 작가의 생각,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가족애를 다룬 전형적인 드라마이다. 악마의 등장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했지만 그렇게 장황하지도 않고 감성적으로 잘 풀어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볍고 죽음이라는 주제와는 어울리지않게 다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전화나 시계가 사라지면서 생길 사회의 혼란을 예상해보며 읽기도 했고, 갑자기 시대극(사극)말투의 고양이가 나오질 않나... 윙크도 제대로 못하는 악마를 상상하고 있다보면 머릿속에 어떤 장면들이 저절로 그려졌다. 그나마 맨 뒤의 옮긴이의 말이 200여페이지를 다 합친것보다 무겁고 심오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내년 개봉 예정인 일본영화의 원작 소설인데 원작가가 감독까지 했는지는 확인을 못해봤다. '가와무라 겐키'는 원래부터 작가가 아니고 <전차남>, <고백>,<모테ㅣ>,<늑대아이> 등을 제작한 영화 프로듀서다. 아마도 이번 영화도 본인이 만들었을거라 예상해본다. 이번 작품이 그의 데뷔소설이고 2013년에 일본 서점대상에서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많이 만들어본 사람이 쓴 소설이라서 그런지 무거움보다는 우울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각종 장치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소설이 애초에 영화제작을 염두해두고 작성되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장면들 하나하나가 영화의 한테이크씩 끊어놓은 무언가를 보는듯 했다. 대사들도 영화스러웠고, 결말조차 일본 특유의 영화스러웠다... (솔직히 결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 영화를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서 덕분에 더 재밋게 읽을 수 있었고, 내년에 나올 영화도 기대된다. 가볍게 내리 읽어버릴 수 있는책이라서 독서를 길게 못하는사람에게도 추천해줄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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